나는 개인적으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잠시 TV조선에서 근무했던 기간(2012년 2월~6월), 그는 TV조선의 보도본부장이었다. 그는 수시로 인사를 내서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고, 장악력을 과시했던 리더였다. 그냥 그 정도의 인상. 정치인으로선 내가 자유한국당 출입이었지만, 교류가 없었다. 그가 어떤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도 모르고, 사실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굳이 과거 일을 들추면서 강효상 의원과 관련된 글을 쓰는 이유는 개인에 대한 공격이라기 보단, 저널리즘 때문이다. 나는 강효상 의원이 조선일보 편집국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재판을 잘 챙겨봐 달라'고 청탁했다는 최근의 한겨레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언론사 편집국장이 편집권 행사를 넘어서 사법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다니.. 물론 강효상 의원은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한겨레를 상대로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나는 이 사안에서 다시 저널리즘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부 기관에까지 청탁하는 언론인은 어떻게 편집권을 행사했을까. 누군가는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내가 겪은 일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나는 한겨레로 이직하고 한 달 반여 지난 시기에 동국제강 회장의 땅 소송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 신문에는 2012년 8월 9일에 나온 기사고, 온라인엔 그보다 하루 전에 노출됐다.
이 기사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이 이웃의 2평 가량의 땅을 무단 점유하고도 20년 이상 평온하게 점유했다며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한 내용을 다뤘다. 갑자기 땅을 빼앗길 상황에 놓인 주민은 "내 땅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긴 했지만, 정확히 내 땅인 줄 알았던 것은 지난해가 맞다"며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내놨다. 사실 엄청나게 각이 서는, 업계 용어론 야마가 똑 떨어지는 기사는 아니었다. 제목도 '어느 대기업 회장님의 민망한 땅 한평 소송'으로 잡혔다. 말 그대로 민망한 수준의 소송, 엄청난 비리나 공분을 살 만한 비행이 있진 않았다.
그치만 이 기사는 내용보다 과정이 더 관전 포인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기사는 티비조선 기자가 넘겨준 것이다. 내가 직접 취재원을 만나고 취재를 하긴 했으나, 기본적인 내용을 공유받고서 취재에 착수했다. 티비조선 기자는 내게 "취재를 다 하고서 발제했지만, 기사화하지 못했다. 우리 회사에선 못 쓰는 기사"라고 말하며 내게 넘겨줬고, 나는 "내가 쓰면 당신이 회사에서 해코지를 당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당시 이미 나는 동국제강이 '조선'쪽에 상당액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국제강만이 아니다. 2012년엔 프랜차이즈 빵집이 장악하는 골목상권 문제가 경제부 기사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는데, 보도국 윗선에서 "동네빵집 자료화면으로 파리바게뜨를 넣지 말아라"는 지시를 받았다. SPC그룹 역시 조선쪽에 투자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당시 뚜레주르는 억울했을지 모른다. 골목상권 기사에 주구장창 뚜레주르만 나왔다.
지금껏 나열한 사례들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자본에 의해 형해화된 저널리즘의 사례, 편집권이 사유화되고 잘못 행사된 사례들은 부지기수고,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어쩌면 미디어의 '협박과 보험'이라는 조폭 비즈니스 모델이 고착화된 구조에서 매체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물론 진보매체들과 일부 독립 언론들은 이런 '조폭' 모델 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적극적 가담자의 일탈보단, 구조적으로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과 저널리즘의 관계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