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무소식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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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식 @jjy

봄바람을 타고 선거바람이 슬쩍 다리를 얹는다.
평소에는 인사도 없이 지나던 사람들이 문자를 보내고
한 참 바쁜 시간에 나타나서 어려운 시기에 고생이 많다느니
수고 하신다느니 앞으로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신명을
다 바쳐 열심히 하겠으니 기회를 달라느니 하면서
영혼 없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왜 있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더니 글쎄,
ㅇㅇ네 집 아들이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 하더니 서울 가서
좋은 대학 다니고 군대에서도 훈련 한 번 안 받고 대장 앞에서
펜대만 놀리고 제대해서도 높은 자리에 있다고 했거든
출세하고 잘 산다고 하더니 명절에 집에 올 때도 반짝반짝 하는
좋은 새까만 차타고 왔잖아. 글쎄, 색시도 이쁘게 생기고 애들도
아주 잘 생긴 것들이 꼭 즈 아빠 어릴 적 같더라구...

그러더니 이번에 뭐 도의원 그거 나온다구 허던데, 도의원이면
그거 면장이나 군수보다 높은 거 아니유? 그나저나 그 마누라
영감은 떠났지만 자식 덕에 호강하고 늘그막에 자식 출세하는
것도 보구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 옆에 사는, 왜 있잖우. 옛날에 해장국집 하던 마누라.
그 아들도 이번에 군의원 나온다구 허던데 뭘, 근데 그 집은
그 부모 적부터 인심을 얻질 못해서 틀린 거 겉에... 뭐 평상시에
잘 해야지. 그런데 나온다구 급할 때만 굽실대고 아는 척 하면
누가 모르나...”

“난 며칠 전에 조기새끼 튀긴 거 먹었어. 회관에서 누가 줬다고
저녁에 반찬으로 조기새끼 쪼꼬만 거 튀겼는데 별 맛을 없어.
알고 보니 그 사람도 이번에 또 나온데. 벌써 몇 년 했는데 또
나온다구 하는 것 같더라구, 아마 하던 사람 한 번 더 시켜주는 게
났다는 사람도 있고 한 번 해 봤음 다른 사람도 하라구 물러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하여튼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지 뭐
늙은이가 뭘 알아...”하며 드러눕는다.

대문 소리가 들리며 바튼 기침소리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며
다른 할머니가 들어오신다. 보리강냉이라며 까만 비닐봉지를
내려놓으시며 한 줌 집어 누워계신 할머니에게 권하신다.

“왜 그 집 아들은 무소식이라며? 어떡허려구 그래 남들처럼 좋은
당을 하나 만나서 해야지 혼자서 뭘 한데?”

모두들 보리 강냉이를 우물거리며 그 할머니한테 눈이 간다.
“그런데 나올 거면 대통령 당으로 들어가던지, 아 그 있잖아
먼저 박대통령 있던 당으로 가던지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무소식으로 어떡허려구.”

“이런 할망구야, 무소식이 뭐야 그럴 땐 무소속이라고 해야
하는 거야. 무소속.” 누웠던 할머니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을
하자 곧바로 받아친다.

“누가 그걸 몰라. 나도 그런 거쯤은 알고 살아. 무소식!”
“그래, 무소식이 희소식이랜다.”
방안은 삽시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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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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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름다운 상가가 이번 봄에이 단어를 만듭니다. 우리 집은 아직 건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정치 관련 뉴스는 무소식이 희소식이기도 하죠 ㅎㅎ

뻥튀기가 땡기는 퇴근길이네요.

듣고 보니 그런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치는 너무 싸움만 하니 저로서는 별로 관심이 덜 가네요.

저도 별 관심은 없습니다.
그러나 관심여부와는 별개로
영향을 받고 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jjy님 보리강냉이가 너무 맛잇어보이네요^^
슬슬 선거바람이 올때가 되었나보네요 ㅎㅎ
저녁시간 편안하게 보내세요^^

선거바람 정말 피하고 싶습니다.
특히 지방선거는 후유증도 크답니다.

시골지역 어르신들의 최고의 즐거움은 역시나 선거판이군요. 평소에는 일자무식이라 아무 말 않다가, 선거때만 되면 너도 나도 해박한 시사정치평론 전문가가 되어버리니,,,, .. ㅎㅎㅎ

그리고 평소에는 아는 체도 안 하다가
갑자기 허리 굽혀 인사도 하고 악수까지 하면서
친한척 하는게 잠깐은 기분도 좋아지시나봅니다.

선거철이 다가오는군요..
부디 지역을 위하는 사람이 당선되길 바라요...

그렇습니다.
선거 한 번 잘못하면
그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지요.

ㅋㅋㅋㅋㅋㅋ 무소식...
바튼 : 밭은
밭은 기침은
병이나 버릇으로 소리도 크지 아니하고
힘도 그다지 들이지 않으며 자주 하는 기침.
(네이버)

얼마나 다행입니까
무소식이라니
그냥 쭈욱 무소식으로 가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