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또렷이 남은, 세 사람의 죽음-순간을 영원으로(#33)

in kr •  7 years ago  (edited)

봄 수양 버들이 비오듯이 내린다.JPG

장수시대입니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꿈이 어디까지 갈지 모릅니다. 개개인들은 건강관리를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합니다. 운동은 기본에다가 몸에 좋다는 먹을거리를 잘 챙겨먹습니다.

의학 발달도 놀랍습니다. 유능한 의료진, 예방의학, 진단의학, 온갖 치료법과 첨단화된 기기들. 인공지능을 탑재한 알고리즘 진단도 일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수명이 늘어나는 한편으로 그만큼 죽음에 대한 그림자 역시 짙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원히 살 수 없다면 두렵지 않게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 더 나아가 아름다운 죽음, 존엄한 죽음은 없을까...세 사람의 죽음을 떠올려보았습니다.

1 우리 외할머니 이야기

외할머니는 꽤 오래 사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건강하게 97세를 사셨으니까요. 기관지 조금 약한 것 이외는 잘 드시고, 활발하게 오래도록 사회활동도 하시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허리도 비교적 꼿꼿하실 만큼 건강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던 할머니가 마지막에 몸이 안 좋아지자, 외삼촌이 병원으로 모셨습니다. 병원에서는 워낙 나이가 많으신 할머니라고 판단하니까, 간호사가 기저귀를 채우려 했습니다.

근데 저희 할머니는 너무 이를 부끄러워하면서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곧장 황달이 오고 3일 만에 돌아가셨거든요. 존엄함이 돋보이는 죽임이더라고요.

2 제주도 이웃이 들려준 이야기

어느 집에선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노년을 평화롭게 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지 않았다고 하네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를 안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집을 나선 거랍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어느 곳에 올라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고 하더군요. 선뜻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가만 보면 자연스럽게 죽는 짐승 죽음과도 겹칩니다. 시골에서 개를 키워보면 죽음을 앞둔 개들은 집을 떠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죽음 맞이하거든요.

3 스스로 곡기를 끊은 스코트 니어링의 죽음

100세를 살다가 죽은 스코트 니어링. 죽기 전에 스스로 곡기를 끊음으로써 삶을 완성한, 성스러운 죽음입니다. 위 두 사람과 달리, 지식인의 죽음이면서도 존엄을 지켰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존경하던 지식인이 몇 분 계셨지만 죽음을 앞두고는 초라한 모습이었거든요.

위 세 사람의 죽음의 공통점이라면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입니다. 건강하게 살았고, ‘건강하게’ 죽었습니다.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한 순간으로...

다음과 같은 기대를 해봅니다.

언젠가는 죽음이 삶의 완성이자, 축제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구나.

Ps) 태그 하나를 새로 추가해봅니다. 노년의 삶과 지혜를 다루는 태그로 #greatstone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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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해본적이 없지만

작년 이맘때쯤에 사고롤 죽을뻔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살아있음에 감사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네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지...
어렵습니다

맞아요. 시대가 워낙 급변하고 삶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죽음도 더 가까이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아직 죽음은 슬픕니다.
아프지 않고 자연스럽게 잠자다가 죽는게 가장 좋은죽음이라고 생각 하긴해요.

잠자다 죽는 죽음
어찌보면 가장 완전하 죽임이란 생각도 드네요.

댓글 보다가 생각난 건데요
밭에서 김매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하네요....

스스로 가는 때를 결정하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고려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본인이 이미 삶의 끝자락을 느낄 수 있는 노년의 선택의 무게는 아직 가늠을 못 하겠네요.
모두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순간을 평온하게 맞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축제란 바로 남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축제. 그래서 슬퍼하지 말고 기꺼이 떠나보내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생각을 바꾸어보려고요^^

네~ 죽음이란 먼 훗날 이야기만이 아닌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니 늘 고민을 해야할 것 같아요. 생각할 계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7 years ago (edited)

저는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잃은 않겠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잘 마무리 하려고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 부부처럼 그렇게 못 살게 굴어도 전혀 동요하지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마지막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천천히 거둬들이는것은 흡사 수행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1, 2, 3 번의 죽음은 마치 번데기가 탈피하여 나비가 되듯 그러한 삶의 옷을 벗는 그냥 그런 행위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끊어지는게 아니라 이어지는...

명상, 좋습니다. 저도 명상은 한다고 하는데 꾸준히는 안 되네요. 좋은 경험 많이 나누어주세요

넵! 감사합니다.

<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한 순간으로...>
이 자체가 죽음은 삶의 완성으로 보이는 군요.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 글이네요.
.... 삶과 죽음...

고맙습니다. 어쩌면 죽음이 있기에 삶을 더 열심히 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숙연해지는 글이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어찌보면 매우 단순한 건데요
또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스스로 마지막을 결정하는 순간...
그 때를 안다는 게 참 숭고하게 느껴져요

순간을 잘 살면 되는 데 그게 쉽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지,,,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네요..

조금 당겨 맞이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ㅎ

오래된 미래에서.. 끝까지 일하다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는 라다크인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우리 시골 동네에도 밭에서 일하다가 그 자세로 돌아가신 분이 몇 분 되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잘 풀어주셨습니다.
저도 자의적 죽음을 생각하는 쪽이라
관심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자의적인 죽음
삶의 결정권을 온전히 자신이 갖는다는 뜻에서는 기뻐야한다고 믿거든요^^

평소에 잊고 있다가 하면 다시 떠오르는 주제네요...전 죽게 된다면 그저 아쉬움없이 모든걸 보낼 수 있는 죽음을 맏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사연들이네요.

고맙습니다
귀를 기울여보면
일상에서 건지는 이야기들이 참 많은 거 같아요.

아름다운 죽음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겁니다.
존엄사를 위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말기환자들이 이법을 환영하고 의향서를 접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사회도 점점 성숙해지고 인권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연명의료결정법이 벌써 시행되고 있군요.
고맙습니다.
저희도 연명치료 반대에 대한 소견서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죽음을 매일 연습하는 것이 삶을 가장 충만하게 살수 있는 방법인거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매일 그리고 매순간 죽고 나고 죽고 나고 하는데 그걸 항상 깜박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고마워요. 짱짱맨!

내가 선택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존엄하게 죽고 싶은데, 방법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벤져스처럼 공기중으로 먼지가 되어 삭 사라지면 제일 좋을것 같은데 말이죠.

먼지가 되어 삭~
바라는 대로 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