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단상] SKY 캐슬을 보며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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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률 1%로 시작해서 최근 20%를 돌파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드라마는 초호화주택 ‘SKY 캐슬’을 배경으로 자녀에게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기 위한 최상위층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대학 입시에 대한 보편적인 욕망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공감과 인기를 얻고 있다.

 수시 전형 중 하나인 ‘학생부 종합 전형’을 관리해주는 입시 코디의 존재가 이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극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학종’이라고 불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은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수상, 자격증,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 독서, 행동발달 등 학교생활기록부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비슷한 학업 수준의 학생도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학종의 도입으로 수능문제집만 내리 풀고 다른 경험은 제쳐둘 수밖에 없었던 학교 현장에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는 평가도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입시 제도에 대한 논란도 일어나는데, 제도의 개선 부분은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결정할 부분이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것은 입시제도 자체가 아니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건, 무슨 대가를 치루든지 간에 ‘알아주는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의 강박과 욕망이 바로 이 드라마를 이끌고 나가는 동력이다. 드라마의 인물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내 자녀에게 무엇이 행복인가.’ ‘그 행복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 말이다.

 SKY캐슬의 여러 가정들은 자녀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 부모들의 다양한 태도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드라마엔 자녀의 행복과는 상관없이 ‘서울대 의대’를 최고의 목표와 가치로 삼는 부모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강한 욕망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들 옆에서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아 뒤쫓아 가는 줏대 없는 부모도 등장하며, 아이의 자발성과 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주변에선 어떻게 하든지 자신의 신념대로 걸어가는 부모도 등장한다.

 드라마와 현실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태도는 제각각이지만, 필자는 부모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잘못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부류’와 ‘진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부류’다. 부모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개념에 따라, 다른 부끄러움의 정의를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최상의 가치는 높은 지위로 올라서는 거라고 믿는 부모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경쟁자이며, 밟고 일어서야 하는 존재라고 인식한다. 그들에게 부끄러움이란, 남보다 못하는 것, 남보다 없이 사는 것이다. 자녀에게도 그것이 부끄러움이라고, ‘잘못된 부끄러움’을 가르친다. 반면, 삶의 가치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믿는 부모는, 다른 사람 위에 올라서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부끄러움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자녀에게도 ‘진짜 부끄러움’을 가르친다.

 어느 순간부터, ‘잘못된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부모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이런 사회에서 그것이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바로 우리가 자신을 돌아볼 시점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진짜 부끄러움’보다, ‘잘못된 부끄러움’에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을 깨고 남을 밟고 일어서는 것, 걸리지만 않으면 불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목표를 이루려는 것, 나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 이런 몰염치들이 현실이 되어버린 사회가 부끄러운 사회이다. 남보다 못하는 것, 없이 사는 것, 힘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에 속아선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진짜 부끄러움’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목소리가 혼재되어 들리는 이 사회에서, 뭘 부끄러워해야 하고, 뭘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건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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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2002ks님이 kyslmate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fur2002ks님의 1월 마지막 불금이네요! (뻘짓 진행사항)

...ridasnail i2015park luckystrikes feelsogood dudream donekim kyslmatefenrir78 kiwifi hukyong74 kstop1 happyberrysboy jaytop raah ...

고3 학부모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네 맞아요. 근데 신경 덜 쓰는 학부모도 있긴 하더라구요ㅎ

옆에서 보는 통에 같이 보는데 ㅎㅎㅎ 전 아이를 저렇게 키워야 하나 아직 잘 모르겠네요 ㅎㅎ 뭐가 맞는건지 ㅎ ㅎ

뭐가 맞는건지 점점 헷갈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요. 그런 사회에 잃어가고 있는 뭔가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거 같아요ㅎ

소재와 내용도 자극적인데 각각의 캐릭터들이 잘 살다 보니 더 많이들 보시는거 같아요~ 제가 커올때도 지금도 교육은 항상 답이 없이 생각지 못 한 방향들로 흘러가는거 같아요~

캐릭터, 연기 모두 잘 어우러지죠ㅎ 다른 나라에선 우리나라의 교육열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 교육열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죠. 시대마다 교육은 늘 난제인 거 같네요^^

다른 문제들도 그렇치만 아이들에 대한문제 만큼은 더 더 정답이란게 없는거라 도 어렵고 또 비난할수 없는 일인거 같아요~ 그래서 제도가 중요한거 같은데... 그 제도가 바뀌어도 어떻게든 악용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꼭 생기네요 ㅠㅠ

교육 정책이, 대학 입시가 박수 받은 적은 없지요. 정책 결정자들, 즉 교육계 교수들이 미국 유학파들이 많아서 미국의 제도를 어설프게 따라해서 일어난 부작용이 라는 의견도 많지요. 어찌됐든 참 갑갑한 상황입니다. ㅎ

우리 예서...어떡하죠? 다음 화를 못기다릴 정도로 푹 빠져있습니다...

예서,, 점점 안됐고 불쌍합니다.ㅜ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드라마지요ㅎ

이제 이틀만 보내면 드디어 하네요 ㅋㅋ 푹 빠져 있는 1인입니다~

이틀후 방송은 축구 중계땜에 결방이랍니다,,ㅎㅎ

아.... ㅋㅋ 축구도 좋지요~

네 8강전엔 좀 안정적으로 하길 바랍니다ㅎ

제가 우리 애들한테 바라는 목표는 똑같은듯 합니다. 방법만 다를 뿐이지요. 이지성씨가 어느 책에서 말했었죠. 우리는 2등 국민을 만드는 교육이 지향하는 목표가 최고인양 착각하고 살고 있다고 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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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성씨의 말이 딱 맞네요. 2등 국민이라도 되면 다행일 듯 합니다,,ㅎ 결국 이렇게 부모가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대학에 들어가기위해 수능이 아닌 각종 전형으로 대학을 가기위해 거진 10년전부터 상류층에서는교수들에게 과외비 듬뿍 주고 활동경력 같은거 만들곤 했습니다.

드라마가 사실은 더 축소하고 덜 다룬겁니다.

아니면 이미 상류층들은 다른방법으로 갈아타고 (지금은 모르니) 끝난걸 방송에 내보내는 것일수도 있구요.

  ·  6 years ago (edited)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그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겠지요. 저도 학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입니다만, 재력을 들여 제일 올리기 쉬운 게 수능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에 생각보다 많은 비중의 학생들의 부모가 의사라는 얘기가 있더라구요.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은 훨씬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지요.
말씀대로 드라마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학교가 싫었고 가장 괴롭던 나날이라서, 이런 내용 드라마는 앞뒤 안가리고 피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도 어떤 반응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 드라마에선 학교 장면이나 얘긴 거의 안나옵니다. 사교육 얘기가 주축이죠ㅎ

이번주 결방한다고 불만이 많던데... 저도 이번주부터 보기 시작하려구요.^^

몰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거 같네요. 저도 앞에 한 5편까진 몰아봤어요. ㅎ

보면서 안찔리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 되더라고요
그 크기의 차이 일 뿐이지요..

자녀를 향한 교육열을 내야 하는 사회 구조라서,, 신념을 갖기 참 어렵지요.

잘봤습니다.

저는 이런 류의 드라마(좀 과장된 어투와 극단적 묘사로 자극적으로 만든) 그리 즐기지 않는데 극적인 대비가 강하다보니 이런 스타일 드라마가 항상 인기를 끌더군요. 이 드라마는 처음 들어본 욕같은 말도 자주 쓰더군요

같은 내용을 디루면서도 고래에다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처럼 자연스럽고 잔잔하게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시청률 문제가 크겠죠. 특히 만년적자가 엄청 누적된 jtbc는 더할 것 같네요. jtbc드라마는 설립초기에는 괜찮더니 최근 들어 완전히 시청률 위주로 가려고 한 것 같다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6 years ago (edited)

처음부터, 아들을 서울대 의대로 보낸 한 엄마의 자살로 충격적인 시작을 하죠. 자극적인 설정이 나오고 막장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는 드라마인 것 같아요.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는 주제도, 결도 많은 점에서 다른 드라마입니다. 사람들이 자극적인 내용에 무조건 반응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얼마나 극본과 짜임이 받쳐주냐가 중요하지요. 이 드라마는 극본과 구성이 무척 치밀하고 탄탄합니다. 시청을 추천드립니다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육아의 고충을 간접적으로 조금이나 느낄 수 있었어요 :)

ㅎ 아이가 어리면 어린대로, 크면 큰대로 고충이 있는 거겠죠^^

스카이 캐슬이 그런 드라마 이군요. ㅎㅎ 전혀 몰랐습니다.

진짜 부끄러움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는 솔메님 같은 분이 계셔서 ^^ 맘이 너무 좋습니다. ^^

마이써클님~~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입니다. 이제 종방을 앞두고 있으니, 다 끝나면 몰아보시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ㅋㅋ
진짜 부끄러움을 배워야 하는 건 제게도 해당하는 일입니다. ㅎ 즐거운 저녁 맞으세요!! ^^

li-li님이 kyslmate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li-li님의 평론가들의 도서리뷰 # 61 (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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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보진 않고 결말만 대충 전해 들었는데 개과천선하는 결말도 어딘가 현실적이진 않아 보였습니다. 그 구렁텅이를 빠져 나오기가 보통 힘든게 아닌데 말이죠. 어찌되었든 스카이캐슬은 시사점이 많은 드라마임은 분명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