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ing 이 저번에 나에게 세종의 환생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세종한글고전에 접속해 보았다. 말하자면 훈민정음으로 작성된 글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그러다 선조 12년(1579) 간행된 경민편언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네모 친 부분을 읽어보자.
일단 읽히는 대로 현대식으로 띄어쓰기 해보자.
▶ 한갓 녀름짓는 지비 그러할 뿐 아니라 누에 치며 뵈 짜며 셩녕하며 흥정하는 사라미 각각 그 이를 브즈러니 하야 잠깐도 게으르디 말면 오시며 바비 유여하나니
이제 또 읽히는 대로 현대 맞춤법으로 고쳐보자.
▶ 한갓 여름짓는 집이 그러할 뿐 아니라 누에 치며 베 짜며 성냥하며 흥정하는 사람이 각각 그 일을 부지런히 하여 잠깐도 게으르지 말면 옷이며 밥이 유여하나니.
오오 그럴 듯하다. 여기서 다소 생소한 단어가 보이는데, ‘여름짓다’와 ‘성냥하다’가 바로 그것이다.
여름은 분명 봄 다음으로 오는 계절인데 그 여름을 짓다니. 알고 보면 ‘농사짓다’의 옛말이다. 수확은 가을에 하는데 왜 여름을 지을까 의문이 들지만 따지지 않기로 한다. 난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성냥하다’는 요즘은 사투리로 취급되는 성냥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성냥간은 대장간을 뜻한다. 갖바치, 장사치처럼 성냥바치라고 하면 대장장이를 말하지 성냥팔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지금도 국어사전에서는 성냥하다를 「무딘 쇠 연장을 불에 불리어 재생하거나 연장을 만들다」로 정의해 놓았는데, 당시로는 수공업 전반을 일컬었다고 한다.
아무튼 농사를 짓건 물건을 만들건 또는 물건을 팔건 부지런 떨어야 넉넉하게 산다는 좋은 말씀이었다.
이렇듯 내용은 특별할 것 없지만 나는 글 자체가 읽힌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물론 읽는 발음도 좀 달라서, ‘누에’도 [누어이]처럼 읽었겠지만, 대충 말이 통한다는 게 어딘가.
잘 읽고 갑니다. 덕분에 한글 지식이 더 늘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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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런 게 은근히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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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에 오셨군요.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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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지내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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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짓다 오 좋은 말인데 왜 사라졌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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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예쁘지 않나요? 성냥이란 말도 사투리로 취급되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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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친구ㅋㅋㅋ
기어이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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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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