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에게 작품이 아닌 것을 기대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그들은 문학의 팬이 아닙니다. 그들이 가슴 설레며 원하는 것은 문학이란 형태를 취한 다른 무엇입니다. 그런 것들을 원하는 독자들은. 문학이 아니라도 탐닉할 수 있는 장르가 급증한 탓에 좀 더 편하고 좀 더 생생한 세계로 분산되었습니다. 그들은 문학이 질러서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문학이란 어차피 그 정도 놀잇감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 독자가 떠나갔다고 해서 문학이 쇠퇴했다고 단언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문학의 질은 떨어질 데까지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문학은 애당초 그리 높은 곳에서 출발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후로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해변에서 모래 놀이를 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부터 진정한 문학이 시작될 겁니다.
_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마루야마 겐지
Unit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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