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의 만찬

in avle-pool •  10 hours ago  (edited)


백선잎을 먹는 산 호랑나비 애벌레

털벌레가 잎을 다루는 법은 잎 모양에 따라 다르다. 각 종의 털벌레는 서로 다른 식물을 이용하며 잎을 다루는 형태도 이에 따라 진화했다. 일반적으로 작은 털벌레는 한 장의 잎 위를 돌아다니며 잎 조직이 연하고 양분이 많은 곳을 찾아 먹는다. 몸집이 큰 털벌레는 좀 더 복잡한 상황에 처한다. 크고 편평한 잎을 먹을 때에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다. 첫째, 몸을 잘 부착해서 흔들리더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큰 털벌레는 얇은 잎에 매달려 있을 수 없으므로 딱딱한 잎꼭지 위나 근처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둘째, 잎꼭지에서 가까운 잎 조직을 모두 먹어 버리면 잎 대부분은 먹지도 못한 채로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먹이를 낭비하는 것은 잎이 별로 많지 않은 식물을 먹고 사는 애벌레에게는 특히 위험한 일이다. 숲에 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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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시작되는 5월 즈음 가로수 길을 걷다가 송충이가 떨어져 등짝에 달라 붙으면 소름이 끼친다. 그럴땐 구청에서 가로수를 소독하여 이놈들 좀 안 나왔으면 바라곤 한다. 하지만 이들이 너무 없어도 문제다. 도시 새들의 양식이 되니 그나마 남아있는 도시 속 야생동물들을 위해서다. 또한 잘먹다 떨어진 송충이는 얼마나 난처할까? 압사당하거나 천적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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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농사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 벌레들이 너무 많이 갉아먹어 버리니까, 그렇지만 이들이 먹는 모습을 살펴 본다면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이들의 DNA에 입력된 생태를 이해한다면 절대 혐오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런데 어쩌다 그들이 꼬물꼬물 거리는거 보면 소름이 돋는 DNA는 내가 전생에 이들에게 잡아 먹혔던 한단계 아래 곤충이거나 이파리였던가? 급하기도 하여라! 체하겠다. 인석아! 사각사각 씹는 소리는 귀엽기도하다.


Caterpillar eating a 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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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상 가을 배추를 텃밭에 길러 보니 특별하게 배추 벌레를 잡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냥 내버려 두고 한 두 포기만 포기하면 된다. 그들의 엄마가 양심이 있는 것인지 심어놓은 배추 모종 전부에 다량의 알을 까는 것은 아니더라. 아마도 자연의 DNA가 품어준 무언의 예의일지도, 곤충에게도 잠재된 이쪽 업계의 도리가 있을지도.


서첩(書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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