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심리학 팟캐스트를 하나 발견해서 그 내용을 일부 가져옵니다. 영어를 잘해서 직독직해가 가능한 수준이면 좋겠지만 두세 번 읽어 요지 정도 이해했습니다.
All In The Mind라는 팟캐스트인데 호주 국영 라디오 채널의 한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올해 7월 29일 방송분입니다. 제목은 Depression and your sense of self입니다.
Tamara Kayali Browne asked these women about their journey through depression, what they think caused it and what helped them get better. She also asked whether they felt more like their true selves when depressed or not depressed, and when they were on or off their antidepressants.
Tamara는 오스트레일리아 Deakin University 의과대학의 생명윤리학자라고 합니다. 주요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로 진단된 여성들을 인터뷰해서 올해 Depression and the Self: Meaning, Control and Authenticity라는 책을 한 권 냈는데, 이 책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주요우울장애나 양극성장애처럼 기분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자기가 우울할 때가 더 자기답다고 느낄까요 아니면 우울하지 않을 때 더 자기답다고 느낄까요? 좀 다르게 질문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약을 먹고 있지 않을 때 혹은 약을 먹고 있을 때? 어느 때가 더 자기답다고 느낄까요? 또한 기분장애를 유발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들 삶의 질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기다움과 관련하여, Tamara의 인터뷰 결과는 약을 먹고 있든 먹고 있지 않든 간에 스스로가 자기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자기다움을 경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었습니다. 설령 약을 먹고 있고 약효가 나고 있다 하더라도, 즉 우울한 기분에서 개선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기 삶이 약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고 지각하는 경우 자기답다고 느끼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통제감'은 질병의 원인을 어디서 찾느냐와도 관련 됩니다. 아래 인터뷰 내용을 볼까요.
Judy: I think it was crucial, I think that when I bought the theory that I had bipolar, I wanted to walk in front of cars and had to actually stop myself from doing it because it felt that I was out of control. But the sense of control I had, it was almost like it would grow over the years. I started to feel actually this is not true, this isn't who I really am. And the sense that I started to feel that actually the medication just repressed my sense of self because I felt, well actually, deep down my soul is well, it's just all this other superficial stuff that is ill. And that gave me a sense of control really, it was being able to detach the two things and not see myself as being ill. (...) I think I'd been convinced that I had a condition but I wasn't convinced that the condition was purely a genetic or biological issue.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 중 Judy는 양극성장애를 지닌 여성입니다. 약을 먹긴 하지만 약을 먹을 때마다 온전한 자신으로부터 분리되는 느낌이며, deep blue sea에 자신의 진짜 영혼이 가라앉아 버리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을 진짜 자기와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이 질병에 대한 그리고 삶 전반에 대한 통제감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질병의 특정 원인을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는 정신과 의사의 설명이나 자신의 질병이 순전히 유전적인 것이라는 설명에 반하여 질병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생각합니다. 학대, 따돌림, 십대 시절의 마약 사용 등 다양한 원인을 떠올립니다.
Katie: I think it's a bit of both. I've only become aware as I've got older but my mum has struggled quite a bit with depression, and certainly when I look back I think I've witnessed her having panic attacks when I was little. But I think I was always quite a shy child, I think I always had difficulties forming relationships with people outside my family. I think what happened with the breakup of the friendship group when I was 11 or 12, I think it's just unfortunate that that happened at such a crucial age and it really did cripple, for want of a better word, my trust in being able to make strong friendships.
인터뷰이로서 참여한 Katie도 어머니가 우울증과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것을 보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다가 아니라 수줍음으로 인해 발생한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을 말합니다. 환경적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죠.
Tamara Kayali Browne: So the women who said that most of their episodes of depression were triggered by, say, a stressful life event or something else that had happened, they were more likely to feel that their depression could be overcome in the future, whereas those who felt like they tended not to experience triggers for their depressions tended to feel like depression is likely to be chronic. (...)
Tamara는 유전이나 기질을 비롯한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스트레스풀한 삶의 경험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초래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미래 어느 순간에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데 반해, 그런 삶의 경험들을 보고하지 못 하는 경우에는 우울증이 만성적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임을 발견했습니다.
Tamara Kayali Browne: What I suggest is that they should discuss the issue of authenticity with their patients at least, because for some women, feeling inauthentic on antidepressants actually influenced whether they stayed on them or even chose to take them in the first place. And if that's the case, then it seems like it's an issue that doctors should perhaps discuss with their patients in their rooms, and it could make a difference between a treatment plan that a patient will actually follow and one that they won't.
이런 발견은 우울증 환자를 보는 임상가에게 시사점을 남깁니다. 첫째, 약물치료 과정에서 얼마나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느끼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치료 과정에서 삶에 대한 통제감이 낮아지고 내 삶을 약물이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당연히 치료를 그만 둘 확률이 높아질 테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욕구 중 하나가 통제감이니까요. 심리학적 용어로 한다면, 지각된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가 내부에 있느냐 외부에 있느냐에 따라서 치료 예후가 달라질 것입니다. 통제 소재가 내부, 즉 자기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이 치료도 더 열심히 받으려 하겠죠. 둘째, 우울증을 지닌 사람이 자신의 병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들어보는 것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들에서 이유를 많이 찾아낼수록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해 볼 수 있겠죠. 이런 사람은 치료가 진전될수록 더 자기다움을 경험하기 쉬울 것입니다. 진짜 나로 살아가는 느낌을 받기 쉽다는 것이죠.
이런 시사점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 비슷한 연구를 누군가가 이미 했을 가능성도 있고요. 다만 Tamara 연구가 의미 있는 것은 제가 볼 때, 증상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서 환자를 진단별로 분류하기 바쁜 기존의 DSM 체계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 이러한 연구 결과가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증상 자체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경우 환자의 치료에서 주체는 임상가이고 객체는 환자가 돼버립니다. 진단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는 치료에서는 환자가 목소리 낼 여지가 없습니다. 환자는 진단 체계를 알지 못 하고 약물치료의 기전도 모릅니다.
하지만 증상이 야기하는 고통과, 증상의 역사와, 그 증상으로 인해 초래된 삶의 변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증상이 가라앉는다 한들 그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삶의 생동감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 치료가 과연 치료적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약물치료 효과가 적절하게 났음에도 불구하고 약물치료 이후 진짜 나는 저기 어디 깊은 심연에 파묻혀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면 그 치료는 누굴 위한 치료일까요? 임상가를 위한 치료인가요? 가족을 위한 치료인가요?
Tamara가 기분장애 환자들만을 인터뷰했지만 사실 이 연구에서 나온 결론은 다른 모든 정신장애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치료과정에서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환자가 이야기하는 증상의 역사에서 지각된 통제 소재가 내부에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증상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환자입니다. 증상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기존 진단 체계는 증상에 관한 환자의 지각과 환자의 증상이 발생한 횡단적 및 종단적 context에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는 쪽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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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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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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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늘 심리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뭔가 읽는것만으로 가려웠던 부분이 긁어지는 느낌을 받네요. 스스로가 자기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자기다움을 경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 '통제감' 을 살면서 제대로 느낀적이 얼마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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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우발적인 변수들이 많아서 삶에서 통제감을 경험하기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 것 같습니다. 계획은 마치 어긋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삶의 여러 사건과 경험들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통제감을 경험하지 않을까 합니다. 생각의 계기가 조금이나마 되었다니 글 쓴 보람을 느낍니다. 팔로우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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