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페르는 운동장에 혼자 남았다. 세 사람이 서로 몸을 기대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이 쥐어뜯기는 감정을 느꼈다. 이것으로 사과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 후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사이좋게 걸어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 그 다정한 모습을 혼자 남아 지켜봐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기타미는 미즈타니의 어깨를 손으로 짚고 있다. 미즈타니는 기타미의 어깨를 끌어안듯 받쳐 주고 있다. 우라가와도 기타미를 부축하며 걷고 있다. 세 사람은 같은 위험 속에서 함께 고통을 겪으며 억울한 눈물을 흘렸다. 지금쯤 세 사람의 마음은 하나로 녹아 있을 테다. 억울하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 기뻐하고 있을 테다. 그런 억울한 일을 함께 겪었기에 세 사람은 하나가 되었을 테다. 코페르는 홀로 남아 세 사람이 지금 어떤 심정일지 상상해 보았다. 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기에 이젠 세 아이들과 친구로서 다정하게 지낼 자격이 없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비참하게 느껴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코페르와 친했던 미즈타니가 지금은 코페르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타미와 서로 어깨를 걸고 사라져 간다. 코페르를 그토록 믿던 우라가와도 지금은 불쌍하다는 듯 코페르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도 걸지 않는다.
코페르는 눈 쌓인 운동장에 멍하니 서서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세 친구들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득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괴롭고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 세 사람의 뒷모습이 점점 더 흐릿해졌다. 코페르는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_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2
"자신을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위대하다. 나무와 풀은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불쌍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위대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리다. 마찬가지로 자신을 불쌍하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위대하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것도 진리다.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를 위대하게 여긴다. 그것은 왕위를 빼앗긴 임금이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는 것과 같다. 왕위를 잃은 임금이 아니라면 그 누가 자신이 왕위에 앉지 않았다고 해서 슬퍼할 것인가. 입이 하나뿐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눈이 하나뿐이라면 스스로를 가엾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 세상에 눈이 세 개가 아니라고 슬퍼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눈이 하나라면 사람들은 그를 위로해 줄 말을 찾지 못할 것이다."
_ 파스칼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82. 데드풀과 울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