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

in hive-160196 •  4 years ago  (edited)

img085 대문.jpg

요즘 블러트도 말썽을 부리고 뜻대로 안 되는 게 많았다.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끝을 보고 마는 성미라 안 되는 컴퓨터 앞에 몇 시간을 앉아있으려니 눈도 침침하고 피로가 쌓이다 못해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늦은 시간에 억지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에 잠이 들자 내가 맞추어논 모닝콜이 짜증이 난다. 그래도 주섬주섬 옷을 찾아입고 밝아오는 거리로 나섰다. 수영장을 다녀 올 때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요즘 가게 문을 열고 있어도 손님은 없으면서도 일 같지 않은 일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사소한 의견차이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상대는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을 해 주려고 조언을 하는 중이었고 나는 받아들이기 난처한 입장이었다. 서로 자기의 생각을 설명하면서 가로막힌 벽을 느꼈다. 진심은 벽을 넘지 못하고 농구골대를 맞고 튀겨 나오는 리바운드 볼처럼 그대로 튀어나와 내 머리에 부딪친다.

아프다. 머리가 띵하고 아픔은 지나가지 않고 엎친데 덮치는 격으로 서러움까지 덮쳐온다. 몸이 떨리고 온 몸의 세포에 전류가 흘렀다. 손에는 종이 한 장 잡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상 기온으로 북극에 빙산이 무너져 차가운 바다로 무너지듯 멘탈은 순식간에 붕괴하고 있었다.

내재하고 있던 피해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저항하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던 시간들이 아우성을 친다. 분리장애도 아니고 분명 등장인물과 상황이 다른 사건을 동일시하는 나를 발견하다. 이쯤 되면 피해자 코스프레다.

잠시라도 주위를 환기시켜야 했다. 어머니 드라마를 보여드리기 위해 채널을 돌린다. 케이블에서 ‘아씨’라는 오래된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얽혀드는 일을 삼종지도라는 굴레에 자신을 가두며 살아가는 얘기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

화장대 서랍에서 잠을 자고 있던 귀걸이를 하고 거울을 본다. 예전엔 꽤나 모양을 내고 다녔는데 한동안 안 하게 되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래 전 내가 거기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어느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문신처럼 새겨진다.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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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푸시고 편안한 잠자리 드세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오래 갈 일도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먹해지니 빨리 수습하게 됩니다.

가끔 아는 사람이 남보다 더 화를 돋구고 서운하게 할 때가 있지요. 그러면 이 사람을 안보는 방법은 없나 생각하게 되어요. 그럴 때 저는 술을 마시는데 시인님은 귀걸이를 하시는군요. 귀걸이 쪽이 훨씬 우아합니다.

지금은 귀찮아서 귀걸이만 해 보았지만
예전에는 서운하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화장도 하고 머리도 했어요.
평소에 잘 안 하는 업스타일에 화장도 하고
액세서리까지 하고나면 신기하게도
우울하던 기분이 사라지곤 했었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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