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1.

in kr-pet •  6 years ago  (edited)

A short summary in English is to be found at the end of thi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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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온 후 이뻐지기 시작할 당시의 몬티

고양이란 애교가 아니라, 애정이 많은 동물이야.

누군가의 대화 중에 무심코 내뱉은 이래로 내가 버릇처럼 종종 하는 말이다. 무슨 공식처럼 일부러 만들어낸 문장을 좋아하지 않기에, 그저 경험적으로 느낀 내용이기도 하다.

전에도 올린 적 있는, 그냥 지금 떠오르는 노래

나는 아홉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굳이 '마리'를 붙여서 나와 그들이 다른 종임을 강조하는 어법은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경우에 맞는 어법이라는 것도 있으니 그냥 그렇게 표현해두기로 한다.

왜 아홉이나 생겼느냐- 그건 이미 여러 번 글로 남긴 적이 있다. 처음 들인 고양이 몬티가 너무 착하고 예뻤고, 원하는 것이라면 다 해주고 싶었다. 계속 살피면서 외롭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한 결과로, 내 첫 고양이 몬티는 여러 새끼를 거느린 아버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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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의 이름을 따온, 유명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돈(Monty Python)

그러나 몬티를 처음 데려올 때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특별히 예쁜 아이를 고르려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 그저 당시에 살던,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자유롭게 다니게 하고 키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키우면 잃어버릴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 역시 모르던 시절이었다. 혹시나 쥐가 침투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그저 고양이 하나 데려와야겠다는 생각- 그게 전부였다.

아, 대신 품종은 따졌다. 외국에서 살아본 결과, 특히 유순하고 얌전한 고양이의 품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어느 집의 '특정 품종" 고양이 부부가 낳은 아이들 중 건강하면서도 너무 까불지 않는 아이로 데려왔다. 즉, 셋 중에서 고르긴 골랐지만 외모로 고른 것도 아니었고, 적당히 내 편의에 가장 맞을 것 같은 아이로 "타협"한 결과 지금의 몬티가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데려올 당시에는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못생긴 편이었던 몬티는 점점 더 귀여워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동물이란 애정을 받을수록 예뻐지는 면이 분명히 있다.

처음에 고양이를 일종의 마당쇠처럼 생각하려고 했던 이유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 내게는 오래 키운 강아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아지에게 줄 관심을 고양이에게 나눠줄 생각은 없었다. 몬티는 쥐가 다닐까봐 두려워서 데려온 아이였던 반면, 강아지는 정말 새끼 때부터 애지중지 키운 아이였던 것이다.

시작은 그랬지만, 데려온 몬티가 너무나도 착해서 나는 감동하게 되었고, 결국 몇 달 안에 두 부인 고양이까지 얻어주고 나름대로 즐겁게 공존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에게 급성 암이 발병했다. 그 시점부터 약 한 달 간의 시간 동안, 나는 마음을 강아지에게 전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사실 누군가를 너무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지극정성을 다 한다고 해서 떠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마찬가지로 어리석다.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아예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런 믿음을 갖게 된다.

그런 믿음으로 나는 매일 강아지를 간호했고, 또 여느 때처럼 바깥 구경을 시키기도 했다. 강아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봐 숨어서 울곤 했다. 보는 앞에서 운 적은 딱 두 번이었다. 종잇장처럼 가벼워져가고, 걷는 걸 점점 더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한 번,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한 번. 그래도 그 정도로 최소한만 울 수 있었던 건 역시 희망 때문이었다.

하루의 24시간 중 최대한을 강아지에게 할애하기 위해서, 그때만큼은 일도 다 끊었다. 암을 치료한 해외 반려견들의 사례를 다 뒤져서, 그걸 토대로 암 환자의 식단과 비슷한 것을 짰다. 또 특효가 있다는 영양제들을 줄줄이 해외배송으로 받아보았다. 밤에는 밤대로 관련 해외 논문을 뒤지느라 눈을 붙인 시간도 별로 없었다. 악성 종양이 외상으로 번졌기 때문에 지독한 악취가 났는데, 매일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는 게 내 일과였다. 간헐적으로, 외상의 상태가 좋아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수술, 아니면 그런 자가 외상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수의사는 그 암이 워낙에 급성이라는 점, 그리고 강아지의 나이 등을 고려한 끝에 수술을 거부했다. 만에 하나 성공한다 해도, 재발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했다.

내 강아지는 평생 혼자 있었던 적이 단 한 순간도 없는 아이였다. 내가 외출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이 봐주었다. 그 때문에, 다른 수의사를 찾아서라도 수술을 받고 입원을 시킬 경우, 그 과정 자체가 강아지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수의사가 언급한 성공 확률은 그 아이의 마지막을 내가 볼 수 없을 확률에 비해 너무나도 낮았다. 최대한 내가 돌보고, 강아지가 너무 괴로워하면 안락사를 고려해야겠다고 메우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확실하게 안락사를 고민해보지 않은 이유는 그래도 강아지가 나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검사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오진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백 번은 했다. 오진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결국 증상이 비슷한 모든 질환에 대한 해외 자료를 다 읽곤 했다.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할 때 인간은 종종 그걸 부정하는 단계에 들어가게 되는데, 나는 강아지가 밥을 먹고, 볼일을 앉은 자리에서라도 볼 수 있는 때까지는 계속 희망과 현실 부정에 기댔던 것이다.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온 것도 그때였다. 강아지가 가버리고 나면 같은 집, 같은 동네에서 계속 살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사온 후 일 주일 정도 안에, 내가 두려워하던 시점이 오게 되었다. 더 이상 밥을 먹지 않는 시점.

그리고 강아지의 호흡소리로 미루어보아, 수의사가 예고한 대로 암이 폐로 전이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 날 처음으로, 안락사를 현실적으로 고려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강아지를 잃었다. 강아지는 내게 안락사를 결정하는 아픔을 남기지 않고 갔다.

강아지는 아픈 시절에도 도도하게, 몬티를 투명 고양이 취급했었다. 몬티는 처음에는 강아지를 무서워했으나, 너무 순한 성격이라서인지 나중에는 강아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몬티가 얌전히 앉아 있으면, 강아지는 마치 몬티가 보이지 않는 듯이 몸으로 슥 밀쳐내고 지나가곤 했다. 그럼 몬티는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지거나, 슬쩍 뒤로 물러앉는 등, 계속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몬티의 둘째 부인 토니가 강아지를 가장 두려워했는데, 강아지가 숨을 멈춘 그 순간에 가장 먼저 와서 슬퍼한 것도 토니였다.

내 경우는 평소에 슬퍼할 일이 드물다. 하지만 몇 안 되는 그런 순간을 지나 보내면서, 강아지와 고양이의 차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강아지는 사람의 슬픈 감정을 알아채면, 과장된 행동을 하며 기쁘게 만들려고 노력을 한다. 반면 고양이는 그냥 같이 슬퍼하는 태도를 취한다.

강아지를 화장하고, 작은 상자에 담아서 집에 데리고 있을 때, 몬티와 토니는 그 상자에 얼굴을 비비면서 슬픈 눈을 하곤 했다. 상자를 선산에 묻기 위해 가져가기 전까지, 종종 그렇게 했다. 강아지가 한 번도 몬티나 토니에게 잘해준 적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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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의 사산 후, 몬티와 토니가 잠을 자던 방법

아마도 토니는 첫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잃은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고양이는 초산에 실패하는 일이 잦은 편인데, 출산 시간이 임박할 때 혈흔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예상을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숨쉬지 않는 새끼 둘을 낳았을 때 토니와 몬티는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 후로 둘은 토니가 새로 임신할 때까지 꼭 저렇게 껴안고 자곤 했다.

그래서 강아지가 숨을 거뒀을 때, 토니와 몬티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나는 노래

원래 하려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개인적인 사연이 길어졌다. 그러나 그걸 어느 정도 풀어놓지 않고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동물은 사람이 보기에 기특하고, 무슨 재주를 부리듯이 그런 슬퍼하는(또는 기뻐하는) 제스쳐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주인이 화를 내거나 슬퍼할 때, 강아지가 일부러 과장되게 기쁜 듯이 뛰면서 얼굴을 핥거나 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오는 행동이다.

특수하게 야생성이 제어된 환경에 처한 반려동물이 가족과도 같은 이유는 단지 우리가 그만큼 그들을 오래 데리고 살고, 정이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그들도 우리를 그 이상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이 굳이 의인화를 하거나, 인간의 관점으로 보기에 흐뭇한 식의 어떤 설정을 해서 돋보이게 하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그냥 있는대로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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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티와 털 색이 비슷한 길고양이들. 사람이 태어날 환경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듯, 그들도 마찬가지다.

길에 사는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길에도 내가 돌보는 고양이들이 있다. 그들을 낭만화하는 대신에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도우면서 지켜보면, 반려동물이 주는 애정과 똑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우리가 스스로 인간적임을 생색낼 수 있도록 존재하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나는 현재 고양이와 살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를 예로 들 뿐인데, 앞에서 한 말을 되풀이하자면 고양이는 애교가 아니라, 애정이 많은 동물인 것이다. 애교가 인간에게 어필하는 그 무엇을 뜻한다면, 애정은 그들의 마음에서 나오는 그 무엇을 뜻한다.

몬티를 데려올 때는 품종 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는데, 강아지의 경우 선호하는 품종 중에서도, 특별히 얼굴을 보고 골라서 데려온 아이였다. 내가 강아지를 그렇게 사랑한 것도 그 외모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에 가끔 고민이 들곤 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외모는 단지 출발점이었다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아니까.

동물을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생각과 반려동물을 선택할 때 외모에 반하는 현상 간의 충돌, 고양이 아홉을 다 데리고 살게 된 이야기, 그리고 내가 길에서 돌보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는 다음 글로 이어가고자 한다.

For @sndbox:
This post is the first of a series of articles on pets. I share my own experiences, seeking to reach a point where I would feel I'm not objectifying the pets and feral cats I look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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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야옹야옹 음메에 꼬끼오

...님?

성격좋다...

끄덕끄덕.

처음 이름의 유래만 봤을 때는 웃음이 났는데 끝은 마음 아픈 글이네요.
요즘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거의 사람과 같이 대하죠.
그것이 옳냐 아니냐는 것보다는 생명이 있는 그들의 삶을 인간의 잣대가 아닌 그 자체로 존중하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집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이었던 강아지도 1년만에 곁을 떠났습니다.
너무 무지한 우리때문에 죽은 거 같아 많이 미안했고 안락사를 결정해야만 했던 어머니는 두 번 다시는 새로운 강아지를 들이지 않으셨죠.
대신에 요즘은 길냥이들 보는 재미로 대신하시지만요.
이렇게 기술이 발전해도 아직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면 멀었나 봅니다.

이름 유래...몬티 파이돈 얘기시군요. ㅎㅎ

저는 강아지가 아프기 전에도 그랬지만, 후회가 절대 남지 않도록 하려는 생각 밖엔 없었네요...안락사의 경험으로 남지 않은 점이 참 고맙기도 하구요. 말씀하신 내용 중에선 다음 회차에 다룰 것도 좀 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정말 후회 한 점 남지 않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애교가 아니라 애정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저도 공장에 새끼냥이까지 해서 8마리
시골에 3마리 같이하고 있는데..,
이놈들 애교는 거의 없지만 애들이 저를 보면 아는척하고 밥달라고 아우성일때 싫지 않은게 서로에 대한 익숙함 그리고 애들로부터 힐링을 느낀다는걸 알수있습니다.
정이 들어서 퇴근해서도 생각나고 그렇네요.

네, 동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예뻐 보이는 몸짓도 다 자연 그대로이죠. 재롱을 배워서 피우는 경우에도 그걸 가르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구요.

아이들이 고통을 받는것을 알면서도 안락사 결정 을
한다는것은 힘들것 같아요.
강아지 는 제이미님 이 마음에 짐 을 가지고 살으시는 것을 싫어 했나봐요.
살아가는 동안 행복 했을 거에요.

바닷가 에서 살으셔서 좋을것 같고 길냥이 들도
자유롭게 살수 있어서 좋을것 같아요..

네, 그 점이 너무 고맙죠. 길냥이들에 대해선 또 계속 얘기할 일이 있겠네요. 옐로캣님처럼 후한 마음으로 돌보시는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에요.

결국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언어로 해석하다보니 정 없는 동물로 인식된거네. 한번도 고양이를 키워보지 못하고 듣기만 했는데... 고양이는 애정이 많은 애들이었네요.^^

네, 거리가 좁혀지면 보이는데, 분명 애정이 많은 동물이죠.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항상 고양이는 정을 안준다면서 강아지로 추천을 하더라구요. 제이미님의 글이 퍼져서 고양에 대한 선입견(?)이 좀 깨지면 좋을듯 하네요.

네, 저도 키우기 전에는 좀 그런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어요. ㅎㅎ

한 비행 밤??? 이노래 지금 이시간에 듣기 너무 좋다~!!! 근데 가수 이름이 노라줘야?ㅋㅋㅋㅋㅋㅋㅋ 저 가수분 제미님 좀 닮은거 같아요 사진이^^

후후 지난번에 각인된 원어민 이미지는 와장창. 여기에서 flight란 계단 등으로 내려가는 한 "층"을 말합니다. 가사는 한 층 아래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곡조를 얘기하고 있죠. 그리고 가수는 노라 존스인데, 닮은건 아마 그닥 아니지만...제 부모님 중 한쪽 라인이 서구적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ㅋㅋ

아..... 저희 부모님은 양분다 너무 너무 동양적 전라도 분이라...ㅋㅋㅋㅋㅋ 아.... 억울하다.. 그래도 저는 잘생긴편이라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가 또 잘생길 분이시잖아요. 프로필에서 보듯이!

강아지 아픈 사연이 있네요.
오랫동안 데리고 산 반려 동물을 멀리 보내는 것도 작은 슬픔과 아픔이 아닐텐데...

예전 아이들이 어릴 때, 조그마한 동물을 키우다가 죽어서 큰 상처를 받은 것을 본 후 집에서 동물을 기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감당하기 힘든 후에 키우자는 말을 안 했네요.
그랬는데, 군에 가 있는 큰 놈은 혼자 살면 고양이를 키우면서 산다네요. 동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되나 봅니다.

저도 강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그 전에도 있었죠. 하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 하나를 들인다는 건 결국 나중에 유기되거나, 제대로 보살핌을 못 받거나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건져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끝까지 돌볼 자신이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요.

혼자 키우기에 좋은 건 분명히 고양이 쪽이니, 아드님이 좋은 반려묘를 만나셨음 좋겠네요. ㅎㅎ

  ·  6 years ago (edited)

어릴때 키우던 강아지를 제 손으로 묻어준적이 있는데...
그게 참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더라구요
오늘도 좋은 음악에 취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저는 화장하고 난 후 남은 박스를 묻을지 말지도 좀 고민을 했었는데, 묻는 행위라는 게 결국 의미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이런글을 볼때마다 우리 강아지도.. 몇년이나 더 함께 할수 있을지.. 솔직히 조금 두려움.....

형 강아지가 몇 살이지? ㅠㅠ

처음에는 고양이 9마리나? 이런 댓글을 달 생각을 하며 천천히 글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고 슬펐어요. 제가 아는 지인은 다시 애완동물을 키우는게 그들과 이별하는게 힘들어서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게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이해가 가요. 가족과 같아진 그들이나 실제 가족에게도 옆에 있을 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사실 이별 자체보다 힘든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게 정말 하나도 남지 않았었답니다. 아플 때 말고도 그 전부터 한번도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고, 산책 등 여러가지를 못해줘서 미안할 일도 만들지 않았고, 유독 자주 예뻐했죠. 그리고 그런 조건들을 다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른 많은 걸 기꺼이 포기도 했었고...후회를 남기지 않으니 결국 저 자신한테 가장 좋더라구요. 이별 후에 아프더라도 후회가 남는 경우와는 다르니까요.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밤낮 애쓰는 모습이 그려져서 코끝이 좀 찡해졌네요.

결국 스스로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 같아요. 가끔 아주 중대한 마감이 있을 떄 머리가 띵하면서도 카페인을 섭취한 것마냥 정신이 바짝 차려지는 경험을 하는데, 아마 저 기간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여친님 강아지가 아파서 수술할때 참 걱정많이되더라구요
큰일날까봐.. 겁나서

네, 저도 수술이 권장되는 상황이었다면 했을 텐데...그래도 수술을 한다는건 그래도 어느 정도 전문가의 자신이 있을 때인 것 같더라구요.

내 삶의 일부인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게 얼마나 괴롭고 가슴이 아픈지
글을 읽으면서 그때가 생각났어요 에고 먹먹하다...

저도 저때가 처음은 아니었는데, 한 아이가 다른 곳에 가서 유기당하거나, 잘못된 취급을 받거나 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다간 것 자체로 의미를 결국 찾게 되더라구요. 그걸 목표로 나중에 새롭게 시작도 하구요.

저도 슬슬 노년에 들어가는 고양이 하나랑 같이 삽니다.
여태까지 한번도 병원신세 안진거 보면 기특하면서도 슬슬 이녀석도 수명을 향해 달리는구나 하는 걱정이 겹치네요

좀 무섭습니다.
언젠가는 제 곁을 떠날거고 평균수명을 생각해보면 그리 길게 남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네, 저도 강아지가 8~9살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계속 했어요. 좀 손해를 보더라도 강아지가 좋아할만한 곳으로 이사, 그리고 일을 자택에서만 하기를 선택했었죠. 그러다가 병은 강아지 12살에 왔는데...병은 갑작스러웠지만 노환에 대한 마음 준비는 그 전부터 해왔다는 게 그래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이별이 무서워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든 것도 있는 것같아요.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와 끝까지 같이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마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몬티와토니 자는 사진이 참 따뜻해 보이네요.
by효밥

네, 그 헤어짐이 빨리 오는 것 때문에 못 키우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몬티와 토니는 새끼들이 많은 지금은 새끼들만 끼고 잡니다. ㅎㅎㅎ

동물들도 사람만큼 살았으면 ㅠㅠㅠㅠ
나쁜 사람들 나이 뺐어서 착한 동물들한테 나이 더 얹어주고 싶다 ㅎㅎㅎ
신은 왜 멍뭉 냐옹이들에게 나이를 더 안 주신거야 ㅠㅠ

ㅠㅠ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지만 감동적이야.

뉴발은 천사가 틀림없어.

아..비밀로 할라고 했는데 들켜버렸네요 ㅎㅎㅎ
이 비밀은 잘 안지켜주셔도 됩니다 끄덕끄덕

사산 후, 몬티와 토니가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보는 자체만으로 제게도 위로가 되는 사진이네요~^^

네, 보통 고양이들은 저렇게 잘 껴안고 자지만 저 당시에는 굉장히 뭐랄까, 절실하게 저랬어요. 표정도 항상 슬펐고 그냥 편하려고 저렇게 자는게 아니라는 게 너무 확실하더라구요.

강아지가 자연사를 하게 돼서 다행이네요. 저도 가끔 안락사에 대해서 생각은 해보는데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 물론 아직 저희 개는 젊어서 먼 훗날의 고민이지만요.

네, 생사는 어떻게 계획할 수도 없는 거지만, 꼭 안락사를 해야 하는 순간이 혹시 온다면 고민의 여지도 없이 자명하리라고 생각해요. 물론 편안하게 눈을 감더라도 힘든 건 마찬가지이지만요.

저도 강아지를 키우면서 너무 고통스러우면 안락사도 하나에 방법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가 아팠을때 감히 안락사를 고민한다는것이 죄스럽더라구요..어처면 저렇게 아플지라도 내옆에 좀더 있고 싶어 하지않을까...앙..또 눈물이...흘쩍...ㅠ.ㅠ

안락사를 꼭 해야 할 정도의 순간이 오면, 딱 결단이 내려지더라구요. 강아지가 병을 견디는게 더 힘든지, 아니면 계속 싸울 힘이 있는지 느낄 수 있으니까요. 더 버티기 힘들때 내 욕심으로 잡아두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좋죠. ㅠㅠ

  ·  6 years ago (edited)

고양이나 개도
사람처럼 새끼를 한두 마리씩만 낳게 되는
주사 같은 것이 발명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굳이 중성화 수술을 할 필요가 없을텐뎅!

네, 중성화의 문제는...개체 수 조절만의 목적이 아니라고 항상 느끼기는 해요. 물론 적게 낳는다면 열악한 농장식 업주들이 많이 사라지겠지요. 중성화 문제는 이 글 이후로 또 다루게 될 것 같네요!

미래에 냥이와 함께 살고 싶은 예비집사입니다.
너무 예쁘네요.
아직은 여건이 안돼서 같이 못 살지만 언젠간 꼭 집사가 될 날을 희망하고 있네요 ㅋㅋ

엇 이제 봤네요. 여건이 될 때까지 신중하게 생각하시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반려묘를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ㅎㅎ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어떤 감정일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안히 잘 읽었습니다.

9마리나 키우고 계셨는지 몰랐는데 강아지 이야기부터 잘 읽고 갑니다~
반려동물들의 수명이 짧은게 너무 무섭습니다. 보내야한다는거...

네, 수명이 그래도 최대치로 갈 걸로 생각했는데 병사는 정말 어쩔 수가 없죠...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병사가 너무 많아요... 아이도 아프고 시간도 쏟고 지출도 커지고... 각 품종마다 고유 질환도 있다보니 너무 무서워요. 애견도 보험도 의료도 잘 발달했으면...

친정집 14살 시츄가 얼마 전 턱에 종양이 생겼대서
온 가족이 침울했는데 검사결과 다행히 음성이라 제거하고 좋아졌어요ㅠ
제거 수술도 노견이라 힘들 거라 해서 걱정 많았었거든요

제이미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갑자기 먹먹해지네요
가끔은 바다를 보며 남은 슬픔을 씻어내시길..
그 자리에 행복을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몸이 작아서 그런지 반려동물들에게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발병하면, 그게 뭐든 간에 빠르고 극단적이더라구요. 개의 종양은 사실 굉장히 흔한데, 악성으로 판정나면 고생이 많죠...

더 이상 할 수 없을만큼 했기 때문에 그나마 후회는 남기지 않았네요. 아, 아예 후회가 없는 건 아닌데 그 부분은 다음에...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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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강아지도 암이었는데 진단 후 5년이나 더 살다
17살 나이로 보냈었어요. 가끔 꿈에 찾아오는데
아직도 그립답니다. 동네 길냥이들을 보면 예의도
바르고 질서도 잘 지키고 뭔가 어른스러운 점이
많아 볼 때마다 놀란답니다. ^^

오랜 투병 기간을 함께 하셨군요. 17살이라니 건강한 아이로서도 장수한 편이네요. 그래도 보고 싶은건 똑같겠지요...

고양이는 먼저 해코지하지 않으면 참 절도 있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냉정할 거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차도녀 같은..
강아지와 고양이들에겐 따뜻한 분이셨군요.
대식구가 함께 사니 외롭지 않겠어요.

넵, 동물은 인간 위주로 바꿔나간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절대 약자들이고, 위선이나 비겁함도 없으니 사람에게는 못 느끼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이기심이나 다른 동물에게 하는 질투 같은 것도 그 동기가 굉장히 순수하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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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키우다 가면 그것이 제일 문제라서 안키우다가
보리을 데려왔는데요. 보리가 온후로 제가 행복해 졌어요.
보리가 있을때 후회없이 잘해주려고 노력하지요 ~~^^

네, 정말 후회가 안 남는다는게 중요하죠.

힘든 시간을 보냈을 생각에 나도 마음이 슬펐다.....

오늘부턴 좋은일만....

걔가 아팠던 기간을 포함해서, 옆에 있었던 것 자체가 좋은 일이었으니까요.

  ·  6 years ago (edited)

그렇네요.
갈때 잘 보내준것도 좋은일이였네요.
혼자 많이 힘들고 울었다고 해서.. 나도 쫌 마음이...
가을입니다. 좋아하는 산책 많이 하세요.
소설도 좀 써 주시고요..
띨띨당이 해산되어 C하게 잘 안돼네요.
원래 이미지로 복귀중입니다. ㅋ

아홉... 정말 대단하십니다.. 고양이도 사람만큼이나 손이 많이가는데 말입니다... 정말 동물들의 생명도 사람만큼 소중한거라는거..

사실 그리 손은 안 가요, 건강만 하다면. ㅎㅎ

인간의 관점에선 인간이 무조건 더 소중, 아니 중요한게 맞죠. 결국 자기보호의 연장선에서.

하지만 저 개인의 관점에서,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로 누군가가 내 반려동물보다 소중하다고 한다면 위선이고 거짓말이죠. 우리가 소중함이라는 가치 선택을 할 때, 종의 관점에서 보지는 않으니까요...

ㅎㅎ저도 반려묘를 키워봤지만..
정말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한 것 같습니다 ㅎㅎ
항상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지금은 제건강도 챙기기바쁘만요.. ㅎㅎ

오늘도 건강하세요!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ㅎㅎ

뭔가 늙은이가 된 기분... ㅋㅋㅋ 감사합니다
제이미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저는 출근하러 갑니드.. ㅋㅋ

동물을 사랑하시는분들은 마음이 따뜻한분들인 것 같아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일단 무엇에 대한 애정이란 것 자체는 따뜻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감사합니다, 오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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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9마리... 고양이 마니아시군요. 키우기가 어렵지 않나요?

처음 들인 아이를 너무 예뻐해서 대가족을 이루게 된거라...매니아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ㅎㅎ 자기들끼리 잘 놀아서 전혀 힘들건 없어요.

가슴이 뭉클하기도하고 떠난 강아지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글 중에, 사람들도 그렇듯 길고양이들도 태어날 곳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 많이 공감이 되구요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앞으로 연재해주실 글 많이 기대돱니다~^^

:) 전 연재 글은 몰아서 쓰지 않고 다양하게 돌아가면서 쓰지만, 아마 이 글은 조만간 다음 회차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I can't seem to translate, but I like your little synopsis in English. I love cats and animals so as long as there are images of those I'm happy :) and good music like this too!

Thanks, Donna. Judging by the English-Korean translation tools I've witnessed, I'm sure it'll be quite terrible the other way round. (Btw, the first photo is of my cat, Monty.) I've been thinking of making my summaries in English more detail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