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도시에서의 저녁, evening in the city, Seoul

in kr •  7 years ago  (edited)

Seoul, Mar. 2018, Nexus 5x


우리는 언제부턴가 자연물이 이루는 조형의 미 대신에 도시가 이루는 인공적인 조형에 대한 아름다움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자연이 '거기 그대로 있음'을 통해 은은한 풍광을 드러낸다면, 철골과 콘크리트와 유리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나에게는 좀 더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흡사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해도, 웅장하게 지어놓아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듯, 채근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차갑고 거대하고 기계적인 것들에 어떠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것인지,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겠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인간적이라 일컫는 것들 (감정, 마음, 인간성 같은 것)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인간의 손과 손으로 만든 도구를 통해 이러한 조형물을 완성해나가고 감상한다는 사실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 상 복잡한 구조를 탐색해나가는 것을 좋아하며, 숨어있는 구조를 발견할 때에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이러한 구조를 탐색해가는 것은 인간적인 것인가 아니면 비인간적인 것인가 - 사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이냐부터 정의를 해야하겠지만, 쉽사리 답하기는 어렵다.

도시의 건축물은 과연 비정한 것인가. 건축물의 재료가 가진 특성에 우리가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닌가. 아프리카 사막에 쌓아올려진 개미집과 인간이 올려놓은 건물 사이에는 무엇이 그리 다르단 말인가. 석양이 그림자를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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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 자연물을 볼 때와 달리 인공구조물을 볼 따는, 인지에 많은 에너지가 든다고 합니다. 인공물은 대개 시선을 끌기 위해 만들어지니깐요. 잔잔한 자연이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제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선을 끈다는 것이 결국 자극적이다는 것과 맞닿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삶이 피곤해질 때면, 자연이 가지고 있는 잔잔함이 와닿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평온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도심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네모반듯한 무언가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사진에서 난간에 적힌 안내문이 눈에 띄네요. 이 글의 핵심이 왠지 안내문에 압축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곳은 혹시 서울역 고가 공원? 인가요?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저도 그러한 느낌에 공감합니다. 인간이 미리 만들어 놓은 무언가가 있으면, 왠지 내가 먼저 여기에 먼저 던져진 것 같지는 않아서 안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미리 알아보고 경계가 정해진 뒤에, 편리하게 정돈해 놓은 느낌을 사실은 도시에 사는 누구나 가지고 사는 것이겠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난간은 사실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 맞을 겁니다.

서울역 고가공원 - 서울로 7017이 맞습니다. 회현 (남대문) 방향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걸어가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실 이 보행로는, 기찻길로 나뉘어져있었던 서울역 동부와 서울역 서부를 도보로 잇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상당히 추워서, 기온이 적당히 괜찮은 봄/가을에 방문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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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고 갑니다
팔로우 보팅 하고 갑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유독 한국의 건축물에는 감정이 배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여유없는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해야할지 땅덩이가 작다는 것에서 출발한 효율성에 대한 광적인 추구라고 해야할지...

젊은 건축가들로부터 시도되고 있는 재료의 다양성, 형상의 파괴를 통해 우리나라의 건축물들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90%정도 동의합니다. 효율성 측면의 건축공학과 심미적 측면의 건축학이 충돌을 일으키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감정이 배제되어 있는 것에 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심상을 일으키고 세계의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건축물들이 점점 등장한다면, 저로서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내가 이러한 구조를 탐색해가는 것은 인간적인 것인가 아니면 비인간적인 것인가 - 사실 인간적인 것이 무엇이냐부터 정의를 해야하겠지만, 쉽사리 답하기는 어렵다.

어렵습니다...어려워... 이런 고민도 해보게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한번쯤 든 고민이기는 한데, 사실 생업에 바쁘다보면 잊곤 합니다. 인간적이든 비인간적이든 사실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뭔가 저 건축물들 기저에는 '조급함'이 숨겨져 있는 느낌입니다.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에서 건물들을 보며 시간의 흐름과 여유로움이 느껴졌었죠. 우리는 얼마나 새것이며 얼마나 비싼지를 견주어 건물을 평가하지만 그들은 얼마나 오래된 것이며 어떤 이야기들이 담기어 있는지로 건물을 평가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요즘 마을 살리기 운동이 일어나는 것이 우리 도시 건축에 대한 반성에 기인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무언가 빨리 터전을 지어야한다는 기조가 사실 그동안 많이 추구되어왔던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의 '집합'이 결국 도시의 분위기를 형성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라 그리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결국 마을 살리기도 소통과 네트워크, 이야기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것이라면, 결국 건축에 어떠한 역사를 입히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고속의 효율을 위해 지어진 도시에 이제서야 조금씩 오래된 것과 자연스러운 것을 조금씩 다시 발견하개 되는 타이밍이 아닌가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자연의 어우러짐을 닮은 건축물을 좋아해요

저도 자연 - 그리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오래된 이야기와 자연스러움은 어떠한 도시의 정취를 - 더 나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공간적) 아름다움을 지배할 것을 알기에, 소중하게 여기고 다시 발견해야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한편 이게 참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우리가 결국 어떠한 공간을 만들고 구분짓는 행위가 결국 넓은 의미의 건축일텐데, 어디까지 과거의 시점을 반영하고 어디까지 현재의 시점을 반영해야할지에 관한 고민이 들기도 하거든요. 우선은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공간과 공간 속에서의 삶에 대해 바라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