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가 출몰하는 지역을 수맥존이라고 불렀다. 그의 이름 '맥스'를 뒤집고 그 뒤에 '존Zone'을 붙여 만든 말이다. 애초부터 수맥을 의도하고 만든 말은 아닌데 공교롭게 적절한 별명이 탄생했다. 집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지나야 하는 길목에 수맥존이 흘렀다. 부정적 에너지를 감지하는 우리의 엘로드는 수맥존을 통과하기 100미터 전부터 좌우로 요동치며 경고 신호를 보내오곤 했다.
직접 만든 원석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그는 스스로를 '에너지 힐러'라고 소개했다. 그는 여행객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친화력을 장착하고 있었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상대의 말을 꼬아 듣는 희한한 언어 습관을 하나둘 드러냈다. 기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나랑 대화하기 싫구나", "날 싫어하는구나", "나의 작업에 관심이 없구나" 같은 지독한 말을 기분에 따라 맘껏 내뱉고는, 상대가 불편해하면 '농담'이었다며 능글맞게 웃으며 넘어가는. 그러나 나는 좀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지를 않는다. 이런 대화는 힐링은커녕 내게 큰 타격을 입힌다. 견디며 대화를 유지하려면 애를 써야 하는데 그 수고를 하면서까지 그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친구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와 말을 섞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는 '안녕' 외에 다른 말을 건네고 싶지 않아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는 단순한 인사말조차도 꼬아 듣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예를 들어.
"줄레!"
"고작 줄레?(Only Julley?)"
혹은,
"줄레!"
"그저 줄레?(Just Julley?)"
이런 식이었다.
우리의 거리두기에 심사가 뒤틀린 꽈배기 힐러의 태도는 점차 선을 넘기 시작했고, 우리는 정신 건강을 위해 수맥존을 피해 차라리 먼 길을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허허허... 그러고보면 나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가 에너지, 사랑 운운하며 스스로를 '힐러'라 칭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인도 인간 군상 1'에서 이야기했던 캘리포니아 도깨비맨이랑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후로 맥스에게 붙들려 진지한 얼굴로 특급 힐링 처방을 받고 있는 외국인 여행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는데, 스스로 원해서 수맥존에 머무는 사람을 안타깝다고 여길 이유가 없기도 하다.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사방팔방으로 투사하며 민폐를 끼치는 자칭 '힐러'들이 인도뿐 아니라 한국에도 여전히 많은 것 같다. 흠. 아무튼 그놈의 힐링이 문제다. 이 정도 했으면 그만 꺾일 법도 한데 나날이 더 난리니 원. 몹쓸 유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