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지하철 역 앞 학원 풍경

in hive-199903 •  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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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있어서 지하철 역에서 사람을 기다리다가 시간도 남고 배도 고파서 들른 햄버거 가게. 지하철 출입구를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초등학생이거나 중학생이다. 학교가 많은 동네는 아니었으나 가게 안에도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조용하게 문제집 하나 펴놓고 손에 든 버거를 우적거리는 아이들. 역시 이 동네 최고의 밀집도를 자랑하는 학원가. 이런 분위기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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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던 일을 마치고 조금 걸어볼까 싶어 다음 역까지 걷다가 만난 풍경. 팻말의 '10호'라는 글자를 보니 버스가 10대 넘게 운영하는 큰 학원인가보다. 학원의 강사인지 차량운행을 돕는 직원인지 구별하기 힘든 사람들이 아이들을 질서정연하게 줄 세우고 있었다.

슬쩍 지나치면서 보니 대부분 초등학교 1~2학년이나 유치원생이다. 조금 더 걸어가다 만난 골목길 초입에는 아이를 학원 앞에 내려주거나 학원앞에서 태워가려는 부모들이 줄지어 차를 대어놓고있다. 학원 규모가 크다보니 픽업하려는 부모들의 행렬도 짧지 않다. 동네가 동네인만큼 그 행렬에 국산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야, 이 학원 뭔데?'
이 동네 살고 있는 지인에게 물었다. 지인의 대답에 머리가 멍했다. 유치원,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인데 등록하려면 학원에서 자체 제작한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해야한다고. 엄마표 영어로 단련한 본인의 아이가 거기 시험을 쳤는데 떨어졌다고.

'시험에 뭐 나오는데?'
원어민이 묻는 말에 영어 문장으로 답해야 하고, 그림이나 주어진 문장을 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문장으로 써야하고. 나름 집에서 영어동화책을 읽혔는데 거기 시험에서 꼼짝없이 떨어져서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학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했다는 친구의 이야기. 붸리 흠터레스팅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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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현실이네요ㅠ
아이들이 안쓰러워요ㅠ

  ·  4 years ago (edited)

지나가면서 보니 다들 똘망똘망하니 본인들은 크게 괴롭다 생각없이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이래저래 다양한 세상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