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영화는 음악을 남기고

in kr-pen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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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重慶森林)이란 영화를 아시는지? 1994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가 기억 남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을 잠시 집고 넘어가자면 실연한 두 명의 경찰과 그들과 교감하는 두 여자의 미묘한 감성을 옴니버스로 구성한 영화랄까. 어렵죠?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이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영화의 감성을 이해하기에 나는 어렸고 이별에 대한 아픔과 도시의 메마른 정서를 느끼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와 중경삼림의 말 못 할 감정을 이해한다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아픔도, 당장 지구가 없어질 것 같은 허무함도, 세상 나 혼자 있다는 외로움에도 떨어보니 그 느낌을 조금 알 것 같다.

이제와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를 꺼낸 건 영화 속 음악을 함께 듣고 싶어서다. 영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 안 나도 음악들이 뇌리에 남았는지 어느 날인가 영화 속 음악들을 끝없이 듣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린 내용이 기억나는 건 아니었지만 중경삼림 속 세기말적 분위기만은 도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말이 길었다. 이만 각설하고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자면 왕페이王菲의 몽중인夢中人과 마마스 앤 파파스Mamas&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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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겠지만 몽중인을 부른 이는 왕페이는 극중 인물 중 하나인 페이 역할도 맡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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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스 앤 파파스는 혼성 포크 록 그룹으로 1965년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그룹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그룹이었는데 중경삼림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영화와 함께 인기몰이를 하자 97년에 내한 공연을 가진 적도 있다.


영화는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음악을 남기고 음악은 영화를 기억하니까. 두 곡을 들으면 중경삼림부터 생각나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도 몽중인과 캘리포니아 드리밍에는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경찰233이 남긴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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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꼭 기한을 적어야 한다면, 만 년 후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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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

저도 몇달전에 오랜만에 꺼내본 영화에요. 왕페이가 몽중인을 불렀다니...어쩐지 영화와 잘 어울러더라니 ㅎㅎㅎ캘리포니아 드리밍은 고등학교 때 합창대회에서 불렀었죠. 저희 음악 선생님이 교과서 외적으로 수업을 하시던 분이시라 ㅎㅎㅎ

오늘 같은 날 맥주한잔하며 중경삼림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맥주라. 어쩐지 영화랑 잘 어울리는 거 같은데요?ㅋㅋ

왕페이는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

허얼.....최근 일주일 넘게 캘리포니아 드리밍, 몽중인 두 음악에 파묻혀 살고 있는데....
영화도 그저께 몇년만에 다시 다운받아서 보고...왕페이....넘나 매력이...금성무도...양조위도...넘나 멋...썸네일보고 반가운 마음에 ㅋㅋ....(아...수정병...미안요...ㅋㅋ)

사실 야야님 집에 제가 cctv 달아둠요. ㅋㅋ

캘리포니아 드림~~~~~ 이거 돌림노래 맨날 따라부르고 그랬었는데 ㅋㅎㅋㅎ몬가 세기말적인 느낌임 노래가 ㅎ.ㅎ
몽중인은 들어봐야겠네용 ㅠ.ㅠ!!

몽중인 정말 강추! 지금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듣는 노래예요. ㅋㅋ 꼭 들어보세요.

좋은 영화죠~ ㅎㅎ 아날로그감성 영화 많이 스팀잇 해주세요~^^

네. 기회가 되면 조금씩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

양조위 사진 보자마다 보팅 눌렀습니다. 양조위 눈빛...하.. 정말 이 시기의 홍콩영화는 대단했는데요.

마지막 문구는 주성치의 대사를 살짝 인용하신 건가요?ㅎㅎ

맞아요. 이때가 홍콩영화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역대급 영화들이 많이 나온. :)

마지막 대사는 중경삼림 속 대사예요. 주성치의 서유기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오긴하죠. :)

아 기억 났습니다. 주성치랑 양조위랑 친구였죠. 그래서 주성치가 중경삼림의 대사를 패러디 했었습니다. 말씀해주시니 퍼뜩 떠오르네요.

만년 후에 해석이 불가하여...
유물로 남겨지다... ㅋㅋ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만년이면 신인류가 등장했을라나요? :)
쿨쿨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기억의 유통기한.. 통조림 안에 담아 라벨을 붙여 보관하고 필요할때 꺼내보면 어떨까 싶은 상상력이 ㅎㅎ

그렇게되면 집에는 수많은 통조림들이 있겠지요? :)

중경삼림 아직 보지 않은 영화 !!! 보고싶은 영화 리스트에 쏙 넣었습니다.
마지막 글귀가 참 좋네요.
기억이 통종림에 들어있다면 기한이 영영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초코님 ^.^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셔요. 좋은 영화랍니다. :)

흠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D

히히..완전 좋아했던 영화네요
잊고있던 추억 영화 , 노래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

역시 스팀잇에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어요. 히히. :)

영화는 음악을 남기고 음악은 영화를 기억하니까.

이 말 너무 좋네요. 좋아하는 영화와 영화음악을 스팀잇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리스팀합니다. 잘 듣고 가요.

재밌게 봐주셔 감사합니다. :)
저는 영화의 내용도 좋지만 풍기는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ㅎㅎ 거기에 ost듣는 것도 좋아해서. :D

저 영화 보고 난 후 한동안은 캘리포니아 드림을 흥얼거렸죠.
매력적인 영화에요.

좋은 영화는 보고나면 항상 그 음악이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중경삼림 또한 그런 거 같고요. :)

역시 음악과 여주가 기억이 딱 남는 영화죠! ㅎㅎ 저도 무척 좋아해요!

역시! 스팀잇에도 분명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실 줄 알았습니다. :)

아... 기억이 잘 안나요.. ㅋㅋ분명 그 오래전 옛날에 봤는데.... ㅎㅎ
음악 듣고 아... 이 음악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네요.

오랫만에 왔네요. 잘 지내시죠? ^^

사실 저도 잘 기억 안나요. ㅎㅎ 그저 노래만 요즘에 자주 듣고 있어서 ㅎㅎ

저는 게으르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해피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

안녕하세요. @pepsi81 입니다. <허스토리> 밋업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매권을 드리고 싶은데 메일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 메일([email protected])으로 메일 주소를 알려주심 예매권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늦게 댓글 달아 죄송합니다. 바로 이메일 보내도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캬~~~ 예전 기억이 확 떠오르게 하는 음악이네요. ^^ 덕분에 좋은 음악듣습니다. ^^ 스마트 폰속으로도 담아갑니다. ^^ 즐거운 금요일과 주말 되세요^^

좋은 음악 함께 들으면 정말 좋지요. :)
이렇게 쟈니님리 좋아해주시니 글쓴 보람을 느끼네요. ㅎㅎ

당시 한국에서 왕가위 인기는 절대적이었죠.
영화 좀 본다고 이야기하거나 영화 기자 하려면 왕가위 감독에 대한 썰 하나 쯤은 풀어야 먹히던 시대니까요 ㅎㅎ

왕가위 감독을 따라하는 영상들고 국내에 많았죠. 물론 비슷하게 흉내내기 바빠서 제대로 만들어진 건 없지만요. :)

저도 기억의 기한을 만년 후로 하고 싶네요.^_^ ㅎㅎ

전 만년은 넘 기니까 천년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

흐규 중경상림 살짝 요즘 같은 날씨에 당기는 영화입니다. 습해야 해요. 옆에는 꼭 선풍기가 돌돌돌 돌고 있어야 하구.. 왕가위 왕가위 왕가위 영화를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는데.. T_T... 단편 <에로스>를 꼭 봐주세요........꼭입니다..

에로스.. 제목은 몹시 땡기는군요. ㅋㅋ
조만간에 꼭 한 번 찾아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추천 감사해요. :)

지금은 한류로 인해 문화 역수출이 이뤄지고 있지만.
홍콩이나 일본이 확실히 저희보다 10~20년은 여러가지 면에서 앞선게 맞는 거 같아요.
우리는 뭔가 의식면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갈길이 멀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영화얘기인데 심각한 얘기네요;;; 헤헤)

요즘 영화는 오히려 일본보다는 한국이 잘 만들더라고요. 일본은 너무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해대서 그런지 자국 내에서도 영 지지를 못 받고 있더라고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