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in kr •  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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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미팅 중에 매주 금요일마다 팀 전원이 모여 일주일 동안 잘한 일들을 이야기하는 미팅이 있다. 한동안 이 미팅을 안 하다가 매니저가 새로 오고 이 한참 전부터 다시 미팅이 시작되었다. 모두 다 이야기하고 서로 간단한 질문 오가고 주말에 뭐 할 거냐 가볍게 오가는 질문에 다들 줄줄이 주말 계획들을 이야기한다. ( 지금 여긴 주말 동안 코로나는 완전 사라지는 거 같다. )

어떻든 늘 그렇듯이 그중에는 쉰다는 대답은 하나도 없고, 다들 바쁘다. 다들 너무 근사한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내 이름 부르며 넌 뭐 할거니? 묻는 말에 나는 여전히 솔직하게 “이번 주말은 내가 주말에 뭐 할건지 계획하지 않는 게 내 계획이야.” 라고 했더니 전체가 다 나를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다시 이어서 “이번 주말에는 여기 OOO 공원이랑 주변 산책하면서 쉴 거야.~” 라는 말을 이어서 했다. 나의 말에 다들 놀라는 표정과 정적.
아니 왜? 주말에는 쉬는 거 아니야? 계획 없는 주말이 이상한 거야? 지금 어떻게 쉴 거냐고 묻는 거였어? 말했잖아 공원 산책하며 쉴 거라고. (결국 계획 있네) 암튼 내가 저렇게 답하고 모두 놀란 표정과 정적이 흘렀다. 말 한 사람 무안하게…
(아마도 같이 맞장구치며 어머 재미있겠다. 뭐가 어쩌고저쩌고 해야 하는데 기대하지 않게 나온 나의 솔직한 대답에 다들 맞장구를 칠 수 없어서 정적이 흘렀던 것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쉰다는 내가 부러웠나? )

미국 애들 매주 금요일 되면 꼭 저렇게 묻고 나는 가끔 특별히 할 일없으면 계획 없다 솔직히 말하는데 그 대답에 저렇게 동그랗게 놀란 표정은 처음 본다. 그 표정을 보고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
그래서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들은 모두 주말에 지금 말한 일들을 다 할까? 아니면 그냥 보여주기 대답일까? 다들 매주 계획이 너무 근사하거든. 다 할 수도 있지. 주말이 이틀이잖아. 나도 대충 뭐 할 거라고 보여주기 대답이라도 했어야 했나? 왜 하지도 않을 것을 한다고 거짓말까지 해야 해? 뭐하러? 그냥 내가 주말에 할 거 말하는 거 아니었어? 지금 누구 주말 계획이 더 근사한가 자랑 하는 거였어? 아무래도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가끔 솔직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나는 쓸데없이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이유는 더 없다. 어차피 그 거짓 포장이 내가 받을 상처를 막아주지도 않는데 그런 게 왜 필요한가? 아니면 정말 상처까지 막아주는 걸까?
저런 건 거짓과 재치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모르겠다.

어떻든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너 같이 말하는 애는 처음이야. 라는 표정에 나는 내 대답에 너희들 같이 놀라는 사람들 처음이야 라는 표정을 주고받으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하물며 저런 것도 솔직하면 안 되는 곳에 있는 건가? 저게 모라고…

왠지 더 격하게 쉬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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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넌 주말에 뭐할 거니?'라는 질문이 참 난감하더라구요.
사실 주말은 아무 계획 없이 있다가 끌리는 거 하는 게 최곤데...
그래서 분명할 거 같은 '책 읽을 거에요.'라고 대답하면 말그대로 놀란 토끼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그것만 할 거냐는 듯이..ㅋ
사실 전 다른 사람이 주말에 뭘 할지는 전혀 안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언제나 저 질문이 가장 어렵더라구요.ㅋ

ㅎㅎㅎ으히히히 저도요. 저도 저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ㅋ 그냥 그날 하고 싶은거 하는데 ㅋㅋ
저도 다른 사람들이 주말에 뭐 할지 안 궁금한데 말이죠. ㅋㅋ
토끼눈ㅎㅎㅎㅎㅎ 어제 전 그 토끼눈들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줄 알았어요 ㅋㅋㅋ 너무 많은 눈이 다 토끼눈을 하는데 ㅋㅋㅋ 제가 더 놀래서... 순간 내가 모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격하게 쉬고 충전하시길!ㅎㅎ

감사합니다. ymmu님도 좋은 주말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다들 뭔 주말에 그렇게 대단한 계획들을...?
주말은 원래 쉬라고 있는것 아닌가요? ㅎㅎ

ㅎㅎㅎㅎㅎㅎㅎ ^^
독거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허허 주말에 뭐할지 항상 계획을 짜야하는군요
놀라운 사실 ㅠㅠ
어찌보면 한국은 주말에 뭐했어? 하고 평일에 물어보는데 거긴 뭐할건지 물어보는 큰 차이가 존재하네요 ㅋ

ㅎㅎㅎ그러게요. 월요일 되면 또 주말에 모했는지도 물어요.
그냥 할 말 없어서 다들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는 거 같아요.
ㅎㅎ
감사합니다.

주말엔 쉬어줘야죠. 그것도 아주 격하게 ^^

ㅎㅎㅎㅎㅎㅎㅎ 비타이님도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셨기를 바랍니다. ^^

휴일...말그대로 쉬는 날인데, 안 쉬면 개인 업무 날인것을...ㅎㅎ
진정한 휴일이란 쫓기는 일 없이 늦잠도 맘 편히 자고, 배고프면 먹고, 커피나 차한잔 손에 들고 멍때리면서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취하는 게 최고죠. ^^ (이번 주말 그러고 있네요 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그렇게 쉬는 주말 좋아해요 ㅋㅋ
쟈니님 편안하고 행복한 주말이셨겠어요.
^^ 새로 시작되는 한 주도 즐거운 한 주 되시길요 ^^

주말에 뭘 한단 말입니꽈~ 주중에 힘들었으니 주말엔 릴렉스~

레나님도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 되셨기를 바라요.^^

대화를 꼭 해야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대화를 굳이 할 필요 없는 사이에선 의례적인 이야기를 안 하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 특별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와서 다들 놀랐던것이 아닐까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