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뉴욕필) 의 신임 음악 감독,
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
2018년 9월부터 직책을 시작하지만 이미 뉴욕필과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 일단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신임이라니 눈길이 안 갈 수가 없고, 또한 사진상 풍기는 외모에서 단단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어서 섬세하고 유려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을 어떻게 표현할 지 궁금했다.
뉴욕필 하면 가장 먼저 번스타인이 떠오른다.
세계적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뉴욕필과 함께 성장했고,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재밌는 사실은 그런 번스타인과 얍 판 츠베덴의 인연이다.
얍은 베를린 필하모니와 함께 줄곧 세계 1, 2위 오케스트라를 다투는 네덜란드의 로얄 콘체르트 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었다. 번스타인과 말러 1번 협연을 앞두고 리허설 중이었을 때, 갑자기 번스타인이 악장인 얍에게 지휘를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처음 지휘봉을 잡은 얍은 진땀을 흘리며 지휘를 겨우 해냈지만, 번스타인은 바로 그의 재능을 알아본 후 지휘자를 할 것을 권한다. 얍은 그 후로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지 않고 지휘에 매진하고, 현재 차세대 명장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뉴욕필이 5년간 음악감독 직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그의 뛰어난 지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단 한번에 얍을 꿰뚫어 본 번스타인도 뛰어나고, 그 말 한마디에 인생을 걸고 결국 지휘자로 우뚝 선 얍도 참 대단하다.
이처럼 얍의 운명을 가른 번스타인의 상징, 뉴욕필 자리에 서게 된 얍 판 츠베덴이라니.
참 대단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그 또한 감회가 어떨지 물어 볼 수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인터뷰를 굳이 찾아보지 않았지만 분명 세계 어딘가에서 인터뷰 하지 않았을까?)
사실 경기필은 작년 성시연 지휘 말러 9번을 참관하고 적지 않게 실망을 한 탓에 망설임을 주는 존재였다. 말러를 자주 연주하는 성시연이 단장이었음에 연습을 많이 할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소리가 좋지 않음에 더욱 실망했던 것. 특히 호른의 빈약함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전반적으로 관악기의 소리가 불협적이고, 연주 스킬에서도 부족함을 느꼈다.
덧, 참고로 성시연 지휘를 좋아하는 편이다. 남자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더욱 파워 넘치게 지휘하는 그녀의 익사이팅이 흥미를 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래도 차세대 뉴욕필 감독이라면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가장 컷다.
생각보다 풍채가 좋은 얍의 등장에 '아, 차이코프스키와 잘 어울린다' 는 생각이 스쳤다.
스읍. 잔뜩 웅크린 덩치에서 두꺼운 손에 쥐어진 작은 지휘봉이 하늘을 향해 올랐다가 밑을 향하는 순간 음이 하늘로 뿌려진다.
바게나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서곡
격렬하게 시작한 첫 곡.
역시 경기필은 지휘자가 바껴도 어쩔 수 없는 건가.
관악의 불협은 여전했고, 심지어 호른에서 음이탈 소리가 집중을 흐트렸다. 서곡 특유의 경쾌함을 살리기에는 타격감이 부족한 팀파니 주자의 연주도 힘에 부쳤다. 현은 안정적이었지만, 역시 관악파트가 문제였다. 트럼본,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의 소리의 균형이 살짝씩 어긋나니 산만하게 느껴졌다. 얍의 잘못 일 수도 있겠지만, 기존 경험으로 경기필을 탓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참고로, 난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와 호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호른은 현과 관악 사이의 중간을 매우는 키(Key) 악기라 할 정도로 소리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메탈음악에서의 베이스처럼.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음이 벗어나거나 중심을 놓치면 전체 균형을 단번에 흐트러 뜨리는 존재.
덧, 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고, 이제 막 클래식을 듣기 시작해서 나만의 아주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Op. 77 (최예은- 바이올린)
최예은의 연주가 돋보였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소심했다.
협주곡은 "악기 대 오케스트라의 대결" 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즉, 한 메인 악기와 전체 오케스트라가 조우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또한 경쟁하기도 하는 음악인 것이다. 혼자 여러명을 상대하기에 솔리스트는 분투해야하고, 때론 균형을 위해서 오케스트라는 움추릴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의도적 소심함과 그냥 소심함은 다르다. 연주자들의 소리냄 자체가 소심했고, 이것은 연습 부족을 의심케 했다. 정확히 음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부분에서나, 서로 음을 주고 받는 부분에서 여실히 불협이 드러났다. 최예은에 오케스트라는 분명 졌다. 브람스 특유의 장엄한 느낌은 느끼기 힘들었다. 이런 불협은 자유롭게 음에 몸을 맡기는 대신, 의식적으로 지휘자의 지휘봉과 연주자 타이밍을 계속 비교해서 듣도록 강요하고 말았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의외였다.
1부 연주곡들에 적잖게 실망했기에 나도 모르게 기대를 포기했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확실히 연주는 훌륭했다. 특히 현의 유려함에 놀랐고, 자연스럽게 내 몸 마음을 음에 온전히 실을 수 있었다. 얍의 지휘봉을 따라 현은 파도를 탔고, 춤을 췄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로얄 콘테르트 허바우 최연소 악장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달까? 그의 인터뷰에서 음과 음 사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는데, 1부에선 볼 수 없었던 그 음과 음 사이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교향곡 5번 2악장의 핵심은 솔로 호른의 연주다. 화려하고 경쾌한 1악장으로 모두가 주목한 상황에서 조용한 2악장은 그 실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불안함에 나도 모르게 긴장된 어깨를 내리느라 애쓰며 호른을 듣는데.. 만족스러웠다. 경험 상 작은 소리를 낼때 호른의 음이탈이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많이 보았던터라, 더욱 긴장했는데. 적절한 연주였다. 마지막 살짝 풀어진 음 빼고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4악장에서 현의 춤사위와 관악의 축포가 어우러져 화려하고 강렬한 피날레를 연주했다. 현이 자유자재로 음을 응축 했다가 폭발시켜 확장하는 유려함이 압권이었다.
경기필은 2016년 무티와 같은 곡 연주로 당해 최고의 연주로 뽑힌 바 있다. 2014년에도 성시연 지휘로 연주를 했고, 자주 연주했던 곡이라 그런지 듣기 좋은 연주를 보여줬다. 역시 익숙함에서 오는 연주는 차별화를 선사한다.
1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유가 느껴졌다. 어떤 곡이든 연주해 낼 수 있는 것이 오케스트라라고 말한 얍의 의도를 따라주진 못했지만, 차이코프스키 5번으로 만족한 하루가 되었다.
꽤 오랬동안 관객의 박수가 터져나왔고, 이에 화답하며 합창석 까지 인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글의 원작자는 @arteo 님입니다.
@relaxkim 검은돌님이 리스팀해주셔서 @arteo 님의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글을 읽으면서 신나더라구요 :) 마치 제가 그 공연 자리에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글은 "(클래식 공연 리뷰) 새로운 도약을 앞둔 경기필의 현재 그리고 희망적 미래. 2018 교향악축제 (180407, 예당)" 인데, 개인적으로 제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아시아권 오케스트라의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언급하셔서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합니다. 클래식 자체가 다가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요. 뭔가 부르주아스럽기도 하고, 잘 모르는 걸 들킬까봐 두렵기도 하고. 또 졸리다고 생각하기도 쉽겠네요 ^^; 그런데 @arteo 님이 적어주신 클래식 공연 리뷰를 읽으면서 다른 사람은 공연 전에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간접체험" 하다보면 점점 클래식의 매력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뭐, 읽어도 읽어도 클래식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할수도 있구요. ㅎㅎ 그건 개인취향이니까 저도 쿨하게 그 취향 리스펙트합니다 :D
요즘 많은 분들이 집에 좋은 스피커를 갖고 계시고, CD 및 음원사이트를 통해 좋은 연주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라이브 연주를 CD 또는 유투브를 통해서 들을 수 있네요.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보고 듣는 연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단언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러는 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요새 공연을 잘 못 보고있긴 하지만... 항상 제 마음은 공연장에 가있답니다. ㅎㅎ arteo 님이 적으신 글 중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아무리 억대를 호가하는 음향 시스템일지라도, 현장감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는 모든 공연을 직접 방문하는 이유가 된다.
클래식을 "싫다, 어렵다" 단정짓기 전에 누군가의 현장감 넘치는 리뷰를 읽으면서 클래식을 알아보려는 시도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오마주하게 되었습니다.
arteo 님은 지금 이 글과 제가 처음 읽은 글 말고도 여러 클래식 공연 리뷰를 올려주셨습니다. 그 글들도 읽으면서 클래식 공연을 간접체험하시는건 어떨까요? :)
리스트 및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순서는 최신순입니다.
- (클래식 공연 리뷰) 마르쿠스 슈텐츠의 말러 5번 : 여전히 아쉬운 롯데콘서트홀, 하지만 말러로 부활한 서울시향 (180428 롯데콘서트홀)
- (클래식 공연 리뷰) 2018 교향악축제의 화려한 피날레 : 부천필 말러의 단단한 가치 (18.4.21 예당)
- (클래식 공연 리뷰) 새로운 도약을 앞둔 경기필의 현재 그리고 희망적 미래. 2018 교향악축제 (180407, 예당)
- (클래식 공연리뷰) 지휘자 성시연의 정체성과 서울시향과의 궁합 '환상적' @2018 교향악축제 (18.04.06 예당)
- (클래식 공연리뷰) 샤오치아 뤼 with 백건우, 그들의 농익은 합주. 대만국가교향악단 (18.04.05 예당)
- (클래식 공연리뷰) 2018 교향악 축제 : 신세계로부터 멀어지다.. 대구시립교향악단 (180403 예당)
- 꼭 지켜야 할 클래식 공연 관람 에티켓
- (클래식 리뷰) 스타콘서트 :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with Tamas Palfalvi (2018.03.30 예당)
- (클래식 공연리뷰) 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의 차이코프스키 No.5 _180323 예술의 전당
이 글은 @stylegold 님의 오마주 프로젝트로 재발굴된 글입니다.
이 글의 원작자는 @arteo 님입니다.
이 글의 SBD 수익은 원작자에게 전달됩니다.
1등~ 자세한 댓글은 다 읽고 나서요~
차이콥스키 하면 비극적인 생애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요즘 태어났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은데,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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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참 비극적이었죠 ㅠㅠ 요즘 태어났다면 그래도 어느정도는 '예술가' 프리미엄으로 그 취향을 일부 인정받았을텐데... 그럼에도 명곡들을 여러개 남기면서 대가의 반열에 올랐으니, 그 가치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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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을 쏟아부어 제품을 만들고, 고통을 갈아넣어 예술이 된다면 너무 슬퍼요. 어쩌면 모짜르트 같은 발랄한 삶이 부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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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클래식은 너무나 멀고도 먼 음악이지만
이렇게 소상한 소감을 읽고 나니
한 번쯤은 현장에서 생생하게 듣고 싶단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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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 를 하고 좋아하는 곡이 한 두 개 생겼을 때, 왠지 땡기는 공연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뭐든지 삘 받을 때 가장 즐겁게 즐길 수 있더라구요 ㅎㅎ 나중에 공연장에 가시게 된다면 @arteo 님과 저를 기억해주시면 아주아주 기쁠것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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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클래식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음악시간의 상식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기회가 있으면 종종 가곤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녀석이지만 그 분위기나 소리만큼은 "좋다"라는 단어하나로 충분한것 같더라구요. 말씀하신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저도 간다면 그누구라도 가면좋을것 같네요.^^
오마주를 통해 좋은글 발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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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해주셨네요 ! 말씀하신 것처럼 "좋다" 라는 단어로 충분하더라구요 :D 연주자의 호흡을 들으며 아무리 좋은 스피커로도 잡지 못하는 울림과 진동을 느끼면서 들으면 참 좋아요. ㅎㅎ
@stylegold 님 덕분에 좋은 분의 좋은 글을 올릴 수 있었어요 !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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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그냥 그 분위기 뭔가 좋아요.ㅋㅋ
그리고 저는 워낙 싸구려 스피커나 이어폰만 사용하다보니 훨~~씬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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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음 뿐만 아니라 활이 끊어져나가라 연주하는 모습, 지휘에 맞춰 단원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 등을 눈으로 볼 수 있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저 다음주에 셀레스텔님이 부러워하실 듯한 공연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으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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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잠시만요. 무슨 공연이요?!!!!!!!!! 저 벌써부터 부러워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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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지 않다면 일요일에 포스팅 해볼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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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대중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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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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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현장에서 감상하는 공연은 클래식이건 재즈이건 언더그라운드이건 상관 없이 깊은 감동을 주는것 같아요. 마치 미술작품을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감상하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아쉽게도 작품의 경우는 사진이 더 멋져 실제 작품을 볼때 실망했던 경우가 간혹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요..^^)
셀레님이 추천해주신 분이라 조율님 블로그 놀러갔다 왔어요. 예술계 전반에 조예가 깊은 분이신거 같네요. 소개해 주셔 감사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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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나 멋지게 제글을 올려주셨었군요 ㅠㅠ
감동입니다. 이렇게 편집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내글이 맞나...?
하고 넋을 놓고 읽었습니다.
좋은 기회로 제글을 이렇게 소개시켜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요즘 바빠서 지금에서야 글을 봤네요. 좋은 글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계기를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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