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호의
안드레스와 이틀을 함께 걸었다. 그와 나는 통하는 게 많았다. 그도 나처럼 방송국 생활을 하다가 작가로 전업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영화평론을 했지만 생계를 위해 3년 반 동안 방송 프로듀서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방송국에서 코미디 작가로 일하다 최근에는 생계를 위해 광고 일을 하고 있었다. 방송 출신의 작가라는 공통점에 그도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마음껏 농담을 던졌다.
사실 순례길에서 만나는 모든 순례자들 사이엔 어떤 경계랄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라는 하나의 목표 지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까. 우리들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감돌고 있다. 그래서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에게 흔쾌히 자신이 가진 사과를 건네고 사탕을 내민다. 홍콩에서 온 첸이 다리가 아파 절뚝대는 내게 마사지 크림을 건넨 것처럼 말이다. 설령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순례자들이 동지처럼 느껴지니 호의를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순수한 호의야말로 경쟁을 당연시하는 자본주의 문명이 인간에게서 빼앗아간 미덕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원래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돕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서 타인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베풀 때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_ written by 영화평론가 최광희 / @twentycentury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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