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대 어이가리

in hive-102798 •  3 years ago 

이창열 - 그대 어이가리

<그대 어이가리>는 코리안시네마 부문의 <그대라는기억>과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다. 소리꾼 아버지와 곡비(다른 이의 장례 때 대신 곡을 해주는 사람) 어머니를 둔 남편은 물려받은 재능을 활용해 대학에서 국악을 가르친다. 평범하던 그의 일상은 아내가 언젠가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서 막막해진다.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의 병세가 빠르게 나빠지자 남편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병간호에 나서지만 그의 육체와 정신 또한 노쇠해간다. 이 영화는 남편의 상심한 내면을 그가 부르는 창가로 드러내는데, 아내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곡절은 구슬퍼지고 가사는 애달파진다. 「태종 이방원」의 배우로, 지난해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조연들을 응원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선동혁이 남편을 연기한다. [문석]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거의 예매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국악이 소재인 것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종종 창작자들의 고민이 되는 ‘한국의 세계화’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궁금했다.

이 영화는 치매 부인을 둔 남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사건을 보여주고, 그것을 소리꾼인 주인공이 어떻게 받아들여가는지를 그리고 있다. 영화 속 자세한 설정과 설명이 때로는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 꽃상여씬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겠지만, 내겐 너무 간단한 해답으로 보였다. 현대적인 장소에 전통적 행위를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바꿨다고 할 수 없다. 더 깊이 있게 풀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예술가가 생의 슬픔을 자신의 예술 언어로 토해내는 과정은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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