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사이공 억류기) 26, 옛 월남친구와 안 영사를 보다.

in steempress •  5 years ago 


석방직전의 이대용장군

AH 동 구대장은 북월 출신의 늙은 경찰 대위였다. 성질이 급하고 차가웠지만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자주보면 친해지는 것은 감방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대용을 오랫만이라고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경비원들이 휴지로 쓸 수 있는 종이를 압수하기에, 변소에 갈때 쓸것이라고 돌려달라고 했더니 그는 자기 책상 서랍에서 신문지 10여장을 주면서 사용하라고 했다. AH동 제2동 제1호 감방에 들어가면서 25개월간의 격리감방 생활을 면하게 되었다.

AH동의 감방에는 반장이라고 하는 왕초 죄수가 있었다. 이대용이 들어간 감방의 왕초는 '완'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이대용의 자리를 복도쪽 벽 구석에 정해주었다. '완'이 통역으로 데리고 온 수감자는 티우정권 당시 경제계획성 차관보에 해당하는 직책을 맡고 있던 미국 MIT 출신의 레 만 홍 이었다. 이대용은 레만홍과 한월경제각료회담을 비롯하여 각종 한월 경제협력 관계로 1974년과 1975년간 자주 만나 서로 잘 아는 사이었다.

그러나 처음에 이대용과 레만홍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레만홍은 체중이 많이 줄었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고 겨우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울 뿐이었다. 이대용도 너무 초라하게 변해있어서 레만홍도 이대용을 알아보지 못했다.

레만홍은 감방왕초'완'의 말을 통을 하면서 이대용을 알아보았다. 서로 놀라 손을 잡았다. 모습은 변했으나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이대은 '완'이 정해준 자리에 거적대기를 깔고 짐정리를 했다. '완'은 이대용을 자기 부하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짐정리를 마치고 AH동 마당에 있는 노천 물탱크로 물을 길러갔다가 안 영사를 만났다. 무려 2년 5개월만의 재회였다. 안 영사는 다행히 옛모습 그대로였다. 까무잡잡하고 통통했다. 스쳐지나가는 순간적인 만남인 데다가 타층의 수감자와의 대화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인사이외의 이야기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산책시간도 있었다. 제 1호감방부터 제4호감방까지 200여명의 수감자들이 모두 복도로 나왔다. 이대용은 여기에서 자유월남의 전 수장 환 휘 꽡(Phan Huy Quat), 전대통령 후보 웨 된 꽡(Ngugen Dihn Quat)을 위시한 고위급인사들과 이외에도 대령급 고위장교, 국회의원, 대법관, 언론인, 교수, 은행원, 경찰관, 학생, 상인, 회사원, 하사관, 병사, 종교인, 농민들 할 것없이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모두 갖혀 있는 것을 보았다.

오전과 오후에 산책시간이 있었다. 오후에는 햋볕이 복도를 비추어 일광욕을 할 수 있었다. 이대용은 러닝셔츠를 벗고 강력한 오후 햋볕에 피부를 태웠다. 격리감방에 있다가 이곳으로 오니 마치 낙원에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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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방이 낙원이라....오지에서 고생하셨군요. ....아무튼, 자유월남이 통 째- 화려한 감방이었네요 ^^

산책을 하고 햇볕을 쬘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낙원이라니...
오늘 하루 모든 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

격리감방 생활을 벗어나고 산책을 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 희망의 빛줄기가 보이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