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의 블록체인/암호화폐에서 오너리스크라니. 도대체 그는 리더였나? 오너였나? 나의 발명품 어쩌고 하는 꼴을 보니, 자신도, 열광했다는 그의 팬덤들도, 모두 그를 이 탈중앙화의 '오너'로 여기고 있던 듯 하다. 그러니 이번 사건은 오너리스크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겠다.
그간의 과정에서 보인 그의 발언들은 시도 때도 없이 구설수에 올랐더구나. 챙겨보지 않아 몰랐어도, 루나와 테라의 매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각자의 다양한 판단기준에 의해 이 업業의 홀더가 되는 것인데, 정작 리스크는 판단을 벗어난 지점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간의 체크포인트라는 것도 불확실투성이인 이 업의 경우 모조리 운이라고 봐야 할지도.
어쨌거나 그는 참 경솔했더군. 뭐 일일이 예를 들기에도 낯 뜨거운 그의 당황스러운 발언들은 차치하더라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을 시스템의 취약점을 세력들에게 당당하게 노출한 점은 만용인지 어리석음인지 정신이 나간 건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그 '자신'으로 이 위기도 돌파해보셔야. 작전이었다면 당한 주제에 할 말은 없고.
경솔,
살면서 별로 쓸 일 없는 이 단어를 이 업業의 현장에서는 자주 보고 쓰게 된다. 그게 경륜의 반대말인가? 다양한 삶의 생사고락, 깊이 있는 희노애락이 아직 버무려지지 않은 신생 업業, 그리고 미숙한 젊음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공간이니 경륜이 돌아갈 공간이 없기는 하다만. 그래도 참, 너무도, 다들, 경솔하다.
경솔은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다. 진짜 자신감은 예의 바르다. 자신 없이 흥분한 것들이 경솔하게 나댈 뿐. 진짜 실력, 진짜 자신감은 예의 바르고 정중하며 침착하다. 쫄릴 게 없으니까. 변명으로 둘러댈 일도, '자신없음'을 감추려고 부러 뻗댈 필요도, 내면의 '믿음부족'을 커버하려 배로 과장할 필요도 없으니까.
대놓고 사기꾼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안정돼 있고, 능수능란하며 자신의 속내를 잘 들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신생 업의 라이징 스타들은 불안하고 불안정해서 경솔하다. 이게 어떻게 흘러갈지 어디로 흘러갈지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동시에 어디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한다. 그 사이에서 붙들만한 것은 자극적이고 강한 표현에 마음을 기대는 팬덤들의 집단 무의식이다.
팬덤이 아니었다고, 경솔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이 일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일 뿐이다. 다시 시작하고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들, 실패한 약점들을 보완하고 보강하면 된다. 그러면 그건 커뮤니티였겠지. 그러나 오히려 희생양을 찾고 낭패감을 덮어씌우려 온갖 간과했던 사항들로 마녀사냥을 해대고 싶은 원성만 가득하다면 그건 그저 성난 팬덤. 대가를 지불할 뿐. 그렇다면 자율적 견제와 균형을 강화해야 할 탈중앙화의 이 업에서 리스크는 그들이 떠받든 '오너'로부터가 아니라 커뮤니티 멤버인지, 팬덤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홀더'로부터일 테다.
홀더리스크,
우리는 이 업에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이 업에서 리스크란 그것이 전부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난 시도를 하고 있다면 그건 이 업의 본질에 닿아 있는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한 명의 천재가 이끄는 업들은 주식시장과 각종 SNS에 널렸다. 그런 건 거기 가서 하면 된다. 여기는 홀더들의 업장業場이 아닌가? 주인의식을 가진 홀더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보자고, 썩어빠지지 않을 시스템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혁명의 場이 아닌가. 그러니 돈 놓고 돈 먹기는 경마장에나 가서 하고. 여기에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거다. 새로운 거버넌스, 새로운 커뮤니티를 건설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혁명에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이 일로 낙심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삭제되어버린 숫자들이 그대의 전부라 생각된다면 그대는 이 업과 맞지 않는 인간이다. 어서 현금채굴에나 매진하시길. 그러나 이 일이, 이 사태가, 이 사건이, 시행착오와 반면교사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면, 그래서 무언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면, 경솔이 난무하는 이 업에서 귀중한 경륜 하나를 얻을 수 있게 된 거다. 많은 이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른 대가로 타산지석 하나를 얻게 된 거다. 그것의 비용으로 충분하다. 그대가 지불할 수업료가 얼마든. 우리의 이웃들이 몸으로 때운 리스크가 얼마든.
그러니 이 업에서 오너리스크 따위는 없다. 어리석은 자를 오너로 떠받드는 팬덤들은 바람처럼 몰려왔다가, 스스로 자산을 삭제하고는 바람처럼 떠나가는 것이고, 이 업의 진짜 멤버들은 매번의 걸음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륜은 보상을 잊지 않는다. 담대한 자본들이 구축되고 떠나가지 않는 멤버들의 일상이 장벽을 두르게 되는 것이다.
300만원이던 비트가 8,000만원이 되는 경험과 10만원이 넘던 루나가 며칠 새 휴지 조각이 되는 경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리스크는 시세가 아니라 그대의 경솔한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