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하늘이 흐렸는데 호수의 빛깔이 맑은 날보다 더 파랬다.
8년 만에 명불허전 판공초. 맑았다 흐렸다, 비와 눈도 모자라 우박까지 내렸다.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날씨 덕분에 판공초의 여러 얼굴을 만난 것까지는 좋았는데 창라에 폭설이 내려서 돌아오는 길이 막혔다. 하필 해발 5,500m 고갯길 위에 갇히고 만 것이다. 힘들어하는 스텔라의 손톱이 파랗게 변한 것을 보고 이거 큰일이다 싶었지만 막힌 길은 뚫릴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창밖으로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다행히 차에 휴대용 산소통 있어서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고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젠젠과 피터님도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 3인의 병자가 앓는 모습을 보며 오늘 안에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덜컥 겁이 났지만, 걱정과 염려의 말보다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버텼다. 엉금엉금 기어가다 보니 어느새 길에 눈이 사라졌고, 무사히 탈출했다. 거의 네 시간 갇혀 있었나 보다.
여전히 아름다웠던 판공초, 유난히 혹독했던 고산 신고식.
이름다운만큼 호락호락하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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