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buskers] 파리는 파리다

in stimcity •  2 years ago  (edited)



여행 중에 만나는 좋은 순간, 좋은 자리들이 있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꼭 기억해 두기도 하고 그 자리를 점유하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날 그순간 그자리를 다음에 찾아가면, 그날 그순간 그자리는 제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흐르는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공간은 정지한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이 흐르고 우리는 그날 그 순간 그자리를 목격하고 경험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순간 이자리여야 합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일까요? 내일의 나일까요? 나는 모두 동일할까요? 나도 나를 경험하는 주체이니 나 역시도 흐릅니다. 생각도 흐르고 감정도 흐르고 나를 둘러싼 환경도 배경도 흐릅니다. 오늘의 공기가 어제의 공기와 100% 일치할 수 없고, 오늘의 볕은 매일 드는 볕이어도 흐르는 우주의 역사로 변화된 볕입니다.



그래서 여행의 모든 순간은 아쉬움입니다. 매혹적이고 환상적이지만, 그건 이날 이순간 이자리에서뿐입니다. 그것을 이어가려고, 다시 재생하려고 발버둥을 쳐봐야, 그날 그순간 그자리에 사로잡혀 오늘의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이날 이순간 이자리를 스쳐지나가게 될 뿐입니다.



파리에 몇 번 왔는지 모르겠는데 오늘의 파리는 또 파리군요. 뻔해서 파리가 아니라 매일 새로워 파리이니. 사람들이 왜 그토록 이 도시를 사랑하는지 느껴본 이만이 알겠습니다.



이날 이순간,
마법사가 바라보고 있는
새로운 자리는
여기입니다.



우연치 않게도,




photo_2022-10-18_16-38-04.jpg

Réaumur - Arts et Métiers, France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제 이미지에서 파리는 꽤나 부정적이였는데, 또 좋다하니 가보고 싶네요~

자꾸 가야 좋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