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여름으로 오세요. 지금 당장!

in hive-102798 •  4 years ago  (edited)

내 20년 지기 친구이자, 여행 메이트, 카페 두레 동업자 @choonza 는 3년 반 전쯤 들뜬 얼굴로 내게 스팀잇이라는 sns를 소개했다.

"글을 쓰면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야. 백 날 천 날 네이버에 브런치에 글을 써봤자 플랫폼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잖아. 스팀잇은 창작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sns라고!!"

상기된 목소리와 말로 '스팀잇'에 대해 이야기하는 춘자의 말이 머릿 속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인삿말과 글 한 두개를 올렸는데 반응도 미지근했다. '도와줘요! 짱짱맨'을 외쳐도 찍히는 수치는 0.2, 0.3 남짓. 글이 쓸 맛이 나지 않아 4개의 글을 올리고 나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당시 나는 4년 정도 다닌 회사를 정리하고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일감도 많지 않지만 여러가지 일로 감정이 밑바닥을 쳐서 무기력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래서 더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려고 하는 어느 때에 문득 또 춘자는 말했다.

"나, 스팀시티의 오프라인 총수를 하게 되었어. 나와 함께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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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 4개의 글을 쓰고 항복해버린 스팀잇에서 그녀는 시간을 들여 글을 쓰고 차곡차곡 관계를 쌓다 새로운 세계에 한 발을 디디려 하던 참이었다. 함께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드문 우리 관계에서 스팀잇이 뭐고 스팀시티가 뭐고 전혀 알지 못한 채 나는 'in'을 외쳤다. 그녀가 미니 스트릿 비용을 구해야한다고 골머리 썪길래 통장에 있는 돈도 내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스팀시티의 첫 후원자가 되었다.

3년 전의 스팀시티를 떠올리자면 사실 나는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나에겐 아무런 권한도 없었고, 회의에 초대받은 적 없이 늘 배제된 채 뒤에서 필요한 일들을 했다. 아마도 스팀잇에도 스팀시티에도 해당하지 않는 나를 후원자라는 이유로 특별 취급하고 싶지 않은 춘자의 생각이었겠지만 안에 깊숙히 있지만 조금도 속해있지 않다는 걸 늘 느꼈다. 무조건적으로 춘자의 일이기 때문에 함께 발벗고 나섰지만 지독히 고립됨을 느꼈다. 미니 스트릿 이후로 스팀잇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사님이 제안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게 되었고, 책이 나왔으며 그 3년 뒤, 20세기의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춘자, 그리고 스팀시티와의 상호과정 안에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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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이 지난 똑같은 날 오픈한 20세기의 여름. 이 여름은, 확실히 'in of in'이다. 나에게 20세기 여름의 모태는 카페 두레이며 이곳은 내가 꿈꾸며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실현하게 하는 곳이고 난 확실히 속해있다. 진지하게 칵테일을 만드는 내게 고물님은 "술 만들 때 젠젠님 모습은 정말 진지해요. 글이 좋아요? 술이 좋아요?" 질문을 했고 나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둘은 둘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며 공존해야만 하는 요소이기에...

재미나게 사는 게 인생 최고의 과제. 혼자 말고 여럿이 함께 뜻을 같이 할 때 짜릿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때, 나라는 존재가 필요한 자리에 있고 인정을 받을 때 흥이 난다. 인도의 카페 두레가, 랑쩬이 그랬다. 예기치 않은 만남들이 쌓여 포탈이 열렸다. 20세기 소년에서. 이 곳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다. 마법사도 있고, 미치광이도 있고, 사랑꾼도 있고, 술꾼도 있고, 멤버쉽이 있는 자만 올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봄의 아이도 있다. 공통점은 모두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 허무맹랑한 것을 믿고, 공동체를 꿈꾼다. 이곳은 누구에게는 펍일수도, 누구에게는 카페일수도, 누구에게는 스터디룸일수도, 누구에게는 공동체의 공간일수도 있고, 갤러리가 될 수도 있고, 강연장이 될 수도 있고, 영화관이 될 수도 있고 그 무엇이 다 될 수도 있다. 이 공간은 고여있지 않고 흐르고 있고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이야기가 넘쳐 흐르는 곳이다. 그리고 그 누구나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잘하는 걸 해도 좋고 못하는 걸 해도 되고 그 누구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럼 그냥 놀러와서 봐보시라.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칵테일도 한 잔 마셔보시고 프로그램도 한 번 참여해 보시라. 포탈은 6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2달 간만 열리니 늦게 오면 쾅하고 닫혀 두고두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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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크루즈> 북토크도 할 거고, 그 여행에서 마셨던 술들을 같이 마셔보기도 할거고, 술쟁이인 나의 술력을 끌어올려 최대한 재미난 거 해보려고 한다. 야매 바텐더의 어줍잖은 칵테일도 먹어볼 수도 있다. 이미, 오흐리드의 노을 3잔, 코팡안의 바다 3잔, 젠젠의 칵테일 오마카세인 젠젠카세도 개시했다. 술에 진심인 자의 피땀눈물 흘린 칵테일 마시러 오시길! 그 외에도 춘자님의 음감회, 고물님의 릴레이 북토크와 타로, 마법사님의 코인 강의와 마법의 아침, 광희 작가님의 영화와 와인과 무비&머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대기 중이다.

http://choonza.net/summer20/

8월 31일이 되면은 문을 닫는다~~

야매바텐더 젠젠의 위험한 실험실 신청하기

어쩌다 크루즈속 술 같이 먹어보는 젠젠의 술술여행 신청하기

위험한 실험실은 다음주 8일 목요일 시험 운영하고 술술여행은 상시 운영하니 관심있으면 신청하고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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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젠님 글에도 언제나 진심이지요

만들 때 젠젠님 모습은 정말 진지해요. 글이 좋아요? 술이 좋아요?"

초딩스런 질문 ㅋㅋㅋㅋㅋㅋ 그자체
시간이 지나 제 눈엔 스팀시티 핵심 멤버 중 핵심인데

개초딩 ㅋㅋㅋ 그 당시에는 위즈덤레이스 러너도 아니고, 스팀잇이나 스팀시티의 일원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포지션이어서 더 속해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죠!

기간 중에 조용히 한번 다녀갈까 합니다. ^^

헛 q님!!!!!!!! 시끄럽게 다녀가셔도 되는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장원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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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years ago (edited)

감사합니다 데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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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젠님만 없었으면... 미리 제거해두었어야 했는데 ㅠ (열등감 질투) 저는 (안) 축하드립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