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사람이랑 결혼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한국인 언니는 소식 전하는 비둘기 처럼 이런 저런 얘기를 실어왔다. 레 이야기부터 한국인 여행자 소식까지. 어느 날 분주하게 달려온 언니는 하버드 출신에 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한 젊은 청년이 여행 중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는 덤덤했다. 그게 뭐?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며칠 뒤 우리는 그 젊은 청년이 요즘 우리 카페 단골인데다 우리와 친하게 지내는 y인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태도가 바뀌는 것 없었다. 그 즈음에 y와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k도 카페를 들락거렸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넷이 어울리게 되었다. y의 배경같은 건 상관없이 우리는 y를 처음 만난 순간 부터 좋아했다. 그는 꽤나 재밌었고, 센스있있었고 적당한 상식선의 인간이었으므로. k는 사실 좀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는 건 싫지만 말을 몇 번 섞으면 '이상한 점'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다. k가 그랬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보아온 작고 큰 허언증들이 그러하듯 그녀는 자신이 모든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사실을 자기 입으로 종종 말하곤 했다. 음악, 그림, 사진, 글쓰기에 능하다 하는 그녀는 호주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했나. 전공 하려다 말았다 했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허점이 보였다. 진짜가, 진실된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의아함은 있었지만 그녀는 놀리기에 좋은 포지션이라 우리 네명의 쿵짝은 꽤 잘 맞아서 강가에 가서 낮술도 하고 카페 두레 문을 닫고 밤새 술을 마시며 왕게임을 하기도 했다.
좋았던 관계가 와장창 금이 간 건 k의 발언 때문이었다.
"어제, 오빠가 나한테 키스했잖아. "
y와 k는 같은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묵고 있었는데 정전이 된 틈을 타 y가 자신에게 키스를 했다고 k는 말했다. y는 그런 적 없다고 말도 안된다고 학을 뗐다. 둘의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우리가 본 y는 최소한 정전을 틈타서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 치졸한 인간은 아니었다. 물론 100%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 k가 거짓을 말하는 건가? 이런 거짓말을 굳이 할 이유가 있을까? j와 나는 혼란스러웠고 누구의 편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심적으로 인간적인 호감도때문에 y의 주장에 좀 더 마음이 기울기는 했던 듯 하다.
"아니 대체 뭘까? 진짜 했을까? 아님 파리가 입에 앉았거나,,,,너무 생생한 꿈을 꿨다거나..그런 거 아닐까?"
우리는 그저 둘이서 이 알 수 없는 사건의 전말을 짐작해봤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진실은 영영 밝혀지지 않았다. 이 노래는 k가 호주에서 자주 듣던 노래라며 들려주던 노래. 그 해 라다크에서 가장 많이 듣던 노래이다.
그리고 y와 k둘 다, 노래 가사처럼 '내가 알던 사람'이 되었다.